야후에서 ‘잡지’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3882종이나 검색되는 잡지의 나라답게 각종 잡지들이 서가를 가득 메우고 있다. 금융의 중심지인만큼 이 가판점에서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돈’에 관한 잡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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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들을 뒤적거리다 보니 가장 눈에 띈 것은 대부분의 잡지들이 뮤추얼펀드에 관한 기사를 제일 비중있게 다뤘다는 점. ‘백만장자로 은퇴하기 위한 뮤추얼펀드 투자전략’ ‘현재 가장 잘 나가는 뮤추얼펀드 7선(選)’ ‘지금 당장 가입하기에 적당한 뮤추얼펀드’ 등등…. 아예 잡지 제목이 ‘뮤추얼펀드’인 것도 여러 종류였다. 기사뿐만 아니라 광고면도 뮤추얼펀드 광고 일색이었다.
‘뮤추얼펀드의 천국’이라는 미국 간접투자 시장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었다. 미국에는 현재 8000만명이 넘는 개인고객들이 뮤추얼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세대별로는 미국 전체 세대의 절반이 뮤추얼펀드에 투자한다. 왜 이렇게 간접투자를 선호할까?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캠퍼스의 딘 로머 교수(경제학)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경제학을 공부하는 것만큼의 정열과 시간을 바쳐 내가 가진 주식에 대해 연구할 수 없다. 하루종일 개별 주식과 기업에 대한 자료를 모으며 이를 분석하는 사람은 월가에 따로 있다. 내가 개별 주식에 대해 그 사람을 어떻게 이기겠는가?”
이같은 생각은 로머 교수만의 생각이 아니다.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주식투자 같은 복잡하고 전문적인 일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간접투자가 성행하는 것. 여기에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뮤추얼펀드가 8000개에 이를 만큼 워낙 다양하게 준비돼 있기도 하다. 이 8000개 펀드는 모두 제각각 특색이 있다.
펀드 평가회사 모닝스타가 매년 선정하는 ‘뮤추얼펀드 500’에 포함된 펀드의 이름만 보더라도 ‘공격 성장형’ ‘소형 성장주’ ‘해외 채권’ ‘뉴욕 벤처’ ‘신흥시장’ ‘블루칩’ ‘라틴 아메리카’ ‘비과세 하이일드’ 등 종류를 헤아리기 힘들다. 업종별로도 세분화돼 있다. 반도체 주에만 투자하는 펀드, 제약주에만 투자하는 펀드, 은행주에만 투자하는 펀드… 하는 식이다.
이 정도니 손님이 “이러저러한 펀드를 원한다”고 주문만 하면 딱 들어맞는 펀드가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간접투자의 모든 고민과 요구를 해결해주는 ‘해결사’인 셈.
펀드 운용의 일관성 및 투명성도 간접투자의 확산에 큰 몫을 했다. 세계적 투자자 피터 린치가 운영해 더 유명해진 피델리티의 마젤란펀드는 60년대초 결성돼 ‘중소형 성장주’에만 일관되게 투자해왔다. 펀드 수익률이 매년 지수 상승률을 웃돌자 고객이 몰려들어 5000만달러였던 펀드 규모가 지금은 1000억달러로 늘어났다.
S&P 500 종목에 분산투자해온 뱅가드의 S&P 500 인덱스펀드도 역사가 20년을 넘는다. 이 펀드는 매년 지수의 상승률에 근접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대표적인 이 두 펀드처럼 미국의 뮤추얼펀드 이름에는 펀드매니저의 이름이 붙는 경우가 없다. 펀드매니저는 언제 다른 회사로 옮길지 모르는 일. 매니저가 떠나더라도 그 펀드의 운용 방침이나 성격은 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운용사들은 또한 매니저에게 주식과 채권 등 편입 자산의 구성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좀처럼 주지 않는다. 시장 움직임이 변한다고 해서 펀드의 구성도 변화하는 일은 막자는 취지. 이같은 일관성과 투명성을 믿기에 미국의 펀드 투자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최소 10년 넘게 한 펀드에 돈을 넣어두는 것이다.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펀드평가회사들의 활약도 뮤추얼펀드의 투명성 제고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민간기업인 모닝스타나 리퍼 같은 회사가 대표적. 시카고 본사에서 만난 모닝스타의 조 만수에토 회장은 펀드평가회사의 역할을 “감시와 조언”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을 대신해서 펀드의 운용 실적을 따지고 펀드매니저의 운용능력을 평가한다는 것. 이렇게 내린 평가 결과는 결국 고객들에 대한 조언이 된다. 만수에토 회장은 “펀드회사들은 당연히 모닝스타의 평가에 신경을 쓴다”면서 “하지만 모닝스타가 지향하는 것은 펀드회사들에 대한 영향력이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바뀌면서 기존 펀드회사들도 변신을 꾀하고 있다.
피델리티는 앞선 통신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투자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제너럴모터스와 함께 자동차 안에서도 증권 거래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무선통신과 투자의 접목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새로운 업종이 등장하고 사람들의 관심사가 다양해짐에 따라 펀드 운용이 더 전문화, 세분화되는 것도 새로운 트렌드. 한 펀드를 한 매니저에게 맡기던 과거 운용방식에서 탈피해 리서치, 자산 분배, 종목 선택, 거래, 사후 관리 등
각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펀드를 운용하는 ‘집단 운용’ 하는 것도 새로운 트렌드이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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