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세계는 금융혁명중]국내 펀드 가짓수 많아도 “그게 그거

  • 입력 2001년 5월 17일 18시 30분


미국의 펀드협회인 ICI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말 현재 한국에서 판매되는 펀드수는 8027개에 이르렀다. 당시 미국의 펀드수는 7885개. 펀드수만을 놓고 보면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 ‘펀드의 천국’으로 보이지만 내실을 들여다보면 그게 아니다. 펀드당 운용 액수가 한국은 고작 166억원으로 미국의 1조1115억원에 비하면 67분의 1 수준. 조사 대상 30개국 가운데 러시아 뉴질랜드에 이어 꼴찌에서 세 번째였다.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을 내놓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한국펀드평가의 우재룡사장은 “당연한 결과”라면서 “우리나라의 펀드들은 주식이나 채권 편입 비율이 조금씩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다른 상품으로 분류될 뿐 실상은 주식형과 채권형 단 두 종류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러다 보니 상품이 다양하지 못해 손님을 끌지 못하고, 손님이 없어 펀드가 제대로 운용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실정이다.

투자자의 인식에도 차이가 많다. 99년말 투신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펀드 투자자의 평균 투자 기간은 10.8개월에 불과했다. 최소 5년은 투자하는 미국과는 큰 차이. 미국의 펀드 투자자들 10명중 8명이 노후 자금 마련을 목표로 하는데 반해 한국은 60% 가량이 일시적인 여유자금 운용처로 펀드를 이용한다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투신사나 자산운용사들의 획일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외국의 펀드 회사들은 각각 다른 특성을 부각시키는 차별화 전략으로 고객을 유혹한다. 템플턴은 세계 시장에 대한 분산 투자 능력과 보수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고 뱅가드는 싼 수수료와 안정적인 수익률을 자랑한다.

우사장은 “판매전략 상품구성 자산운용 조직구성 등이 거의 같은 국내 업체들도 이제는 각자 자신만의 고객을 찾아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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