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시로써 평가해야"
"작가-작품은 불가분관계"
미당 서정주시인에 대한 평가는 미당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우리 사회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시인 고은씨가 스승인 미당을 맹렬히 비판했다는 기사(2001년 5월16일자 A16면)가 나간 뒤 독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동아일보 인터넷신문인 ‘동아닷컴’에 마련된 게시판 ‘오늘의 이슈’에는 16,17일 이틀동안 100건 가까운 글이 이어졌다.
▼관련기사▼ |
- 고은씨 스승 미당에 직격탄 |
미당의 문학과 걸어온 길에 대한 독자의 반응은 어느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팽팽하다. 쟁점은 역시 ‘작가와 작품과의 관계’.
“작가의 삶과 문학 작품은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국민대학생)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편에는 “시인은 시로서 평가되고 읽혀져야 한다”(윤정희)는 주장 역시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시인 김지하는 박정희라는 인간은 용서했으나 그의 죄는 용서하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시를 쓰는 사람은 정치인과 달리 그 자신이 곧 시여야 한다. 미당도 예외일 수 없다.”(모래)
“미당이 때로는 비이성적인 언급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작품을 정치적 올바름의 이름으로 경솔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미당이 일제에 대해서 대항해야 했어야 옳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비판할 수는 없다”(제임스 킴)
특히 한 독자는 “밀란 쿤데라는 ‘소설은 소설가보다 위대하다’고 했는데 시는 예외인가, 미당의 친일과 부역과 정치인들의 실정(失政)중 어느 것이 더 위험한가”(소리하나)라고 물어 여운을 남겼다.
고은씨가 미당이 살아 생전에는 침묵하다 세상을 떠난 후 비판에 나선 것도 큰 논란거리였다. ‘용기 있는 행동’이란 호평이 있는가 하면 ‘부관참시’ 또는 ‘패륜’이라는 악평도 엇갈렸다.
“우리 사회에서 스승을 폄하하는 것은 배은에 속한다. 하지만 자신의 뿌리가 거짓됨을 알 때는 과감히 잘라 버려야 한다”(정병태)
“평양 방문시 권력에 아부하는 모습을 보여준 고은이 작고한 시인을 권력에 안주 운운하며 난도질 할 수 있는가”(잡초)
또한 독자들의 글 중에서는 이번 논쟁이 어떤 개인에 대한 평가를 넘어서야 하다는 지적도 눈에 띄었다. 보다 큰 틀에서 우리 사회와 스스로에 대한 냉정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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