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뜨겁다]의약분업 문책 징계방침…여권·공무원 '네탓'싸움 비화

  • 입력 2001년 5월 17일 18시 43분


감사원이 의약분업 실패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파탄에 대한 감사를 벌여 보건복지부 실무진이 의약분업의 부작용을 의도적으로 축소 은폐했다는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17일 알려지자 해당 공무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여권의 최대 악재라는 의약분업 사태에 대한 당정 및 일선 공무원간의 ‘책임 떠넘기기’ 논쟁이 한층 가열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의보 재정 감사의 배경〓감사원은 당초 의약분업과 관련된 감사를 6월경에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두 달이나 앞당겨 4월9일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당시 그 이유에 대해 “최근 의약분업 시행 등으로 재정적자가 계속 확대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상태에 대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해 건강보험이 조기에 안정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3월17일 청와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약분업은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듣고 시작했지만 지금 보면 준비가 부족함을 느낀다”고 말한 뒤 이에 대한 책임소재론이 확산된 것이 조기 감사의 직간접적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4월9∼30일 총 58명을 대거 투입해 △의약분업에 따른 보험급여의 증가 요인 △건강보험 재정 등에 대해 감사를 벌인 데 이어 5월2∼9일 23명의 인원으로 연장 감사를 실시하는 등 ‘공기(工期)’를 앞당기는 데 주력했다.

감사원측은 “이달 말 복지부가 건강보험 재정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하기 전까지 이에 대한 감사 결과가 나와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분히 정치적인 일정에 맞춰 감사가 시작되고 마무리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복지부의 감사 결과 반발〓최선정(崔善政)전 복지부 장관은 “(담당자 문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담당자 징계가 거론되는 데 대해 ‘미친 ×’라는 격한 표현을 쓰며 “죽어라고 일한 사람을 문책한다면 어떤 공무원이 일하려 하겠느냐” “열심히 일한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이틀 뒤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가 열렸을 때 의료수가가 진료원가의 70%수준이므로 9월에 80%, 2001년 1월에 90%, 2002년 2월에는 100%로 단계적으로 올리기로 결론 내리고 이런 계획을 밤샘작업을 거쳐 8월10일 발표했다”고 밝혔다.

최 전장관은 “의약분업이 우리 토양에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있지만 일단 하기로 결론 내렸고 최선을 다했으니 되는 것 아니냐”며 “역사적으로 처음 해보는 일을 그만하면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복지부 관계자도 “의약분업 시행은 이미 당정에서 정해진 원칙이었으므로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실무적 준비를 했지만 의도적으로 의약분업의 부작용을 감추고 허위보고를 하면서까지 분업을 강행할 이유는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책임 떠넘기기 재연 조짐〓의약분업은 민주당에게 ‘4·26 재·보선’ 패배를 안긴 결정적인 악재였다. 은평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민주당 이석형(李錫炯) 후보가 “의약분업 후유증이 투표율이 높은 노년층을 거대한 이반 세력으로 변화시켰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민주당과 정부는 의약분업 책임 소재의 꼬리를 하루라도 빨리 끊으려는 태세다. 이에 당정이 합의한 결정에 따라 의약분업을 추진했던 일선 공무원들은 “당정이 우리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감사원 감사를 받은 복지부 공무원들이 징계 위기에 몰리자 정치권을 찾아가 강력히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여튼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에 이은 건강보험 종합대책 발표’로 의약분업 사태를 일단락 지으려던 정부는 다시한번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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