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를 배경으로 한 이 비디오에는 정준호, 구본승, 김효진 등 인기 연예인들이 출연했는데 정작 노래를 부른 주인공은 나타나지 않아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결국 '사랑하니까'를 부른 가수는 1장의 음반을 발표한 적이 있는 '문차일드'라는 그룹으로 밝혀지면서 사태는 조용히 가라앉았다.
수려한 멜로디와 웅장한 화면을 보여주되 가수는 숨기는 뮤직비디오는 우리네 가요계의 관행처럼 돼 버렸다. '신비주의 전략'으로 홍보를 극대화하기 위해 음반사가 이런 수법을 자주 써먹게 된 것이다.
음악은 있되 가수는 없는 미니 드라마로 뮤직비디오가 변해버린 것은 2~3년 전부터. 이병헌, 김하늘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담았던 조성모의 '투 헤븐'과 차인표, 장동건이 형제로 분해 형사와 범죄자로 비극적인 결말을 맺는 '스카이'(최진영)의 '영원', 정비사의 실수로 경비행기에 탄 송혜교의 연인이 폭발사고로 숨지는 김범수의 '하루' 등이 이렇게 제작됐다.
이처럼 스타를 기용한 뮤직 비디오는 제작비만 해도 5억~7억원이 소요될 정도로 비용 부담이 크다. 음반 1장을 만드는데 통상 1억~3억원 정도가 드는 것을 감안한다면 뮤직 비디오에 투자하는 지극 정성이 지나친 셈이다.
그런데도 이런 신비주의 전략이 줄을 잇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인기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대중의 이목을 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성 가수는 물론이고 지명도가 낮은 신인인 경우 일단 노래를 알리자는 차원에서 너도나도 스타 모셔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 같은 뮤직비디오를 몇 편 만들어 놓으면 그것들을 비디오 클립으로 만들어 판매하기도 수월하니 노래도 알리고 부수입도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스타 위주로 꾸며지는 뮤직 비디오가 음악 외적인 것에 너무 매달린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노래 내용과는 상관없이 일본의 야쿠자가 등장해 단지를 강요한다거나 총기 사용이 금지된 국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총 싸움을 벌이는 장면을 삽입하는 걸 보면 영상 만들기에만 급급한다는 인상이다. 정작 중심이 돼야할 음악이 소홀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한 음악 관계자는 "음반을 위한 뮤직 비디오가 아니라 뮤직 비디오를 위해 음반을 준비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뮤직 비디오를 촬영하는데 쓰는 수억원을 음반에 투입한다면 더 좋은 음악 이 나올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뮤직 비디오는 가수를 위한 것이고 노래를 빛내주는 것이어야 한다. 화려한 풍광과 스타들의 열연이 '보기 좋은 떡'일 수 있지만 가수 본인의 얼굴을 숨긴 채 신비주의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가요계의 삐뚤어진 자화상에 다름 아니다.
황태훈 <동아닷컴 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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