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히딩크 타임

  • 입력 2001년 5월 18일 18시 22분


17일 오후 한국 축구대표팀의 훈련 모습을 보기 위해 여고생 팬 몇몇이 경기 하남시 미사리 축구협회 훈련장을 찾았다. 이들 팬은 미사리 훈련장까지 가는 대중 교통편이 없어 2㎞정도 떨어진 버스 정류장부터 30분 가량을 걸어서 왔다. 그뿐인가. 이들은 꼬박 1시간여 동안을 텅 빈 운동장에서 기다려야 했다. 이들이 기다려야 했던 것은 ‘히딩크 사단’의 훈련 시간이 매일 바뀌기 때문.

축구 대표팀의 훈련 시간은 통상 점심식사를 끝낸 뒤 거스 히딩크 감독이 통보한다. 선수들도 언제 당일 연습이 시작될지 알 수 없다. 선수들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대표팀 김대업 주무조차도 훈련 시간을 물으면 “4시30분에서 15분 전후가 될 것”이라는 식으로 ‘애매하게’ 대답할 정도.

이런 ‘즉흥적인’ 스케줄이 아니더라도 히딩크 감독의 시간 관념은 세계에서 가장 정확하다는 네덜란드인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 15일 K리그 프로 감독들과 가진 만찬에서도 약속보다 20여분이나 늦게 나타났다. 주변에서는 히딩크 감독의 이런 성향이 오랜 스페인 생활(발렌시아, 레알 마드리드 감독 역임)에서 나온 ‘라틴식’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1분 1초가 정확한 네덜란드식보다는 매사를 두루뭉실 생각하는 스페인식 생활 방식이 우리 정서에 가깝지 않겠느냐”며 한국 생활 적응에 성공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히딩크 타임’이 아니겠느냐고 농담을던지기도 했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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