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원전연주의 카라얀' 호그우드 7일 내한

  • 입력 2001년 5월 20일 18시 24분


1980년대 말, 귀공자같이 단정한 지휘자 크리스토퍼 호그우드의 사진이 대형 레코드점의 진열대를 장식했다. 모차르트 교향곡 39번의 LP음반이었다. 음반을 플레이어에 올려놓은 음악팬들은 3악장 미뉴엣에 이르자 깜짝 놀랐다. 평소에 듣던, 근위대 열병식같은 장엄한 행진곡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귀부인과 짝을 맞춰 우아하게 춤출만한 미뉴엣 춤곡이 울려나왔기 때문.

‘원전(原典)연주의 카라얀’으로 불리는 크리스토퍼 호그우드와 그의 악단인 ‘고(古)음악 아카데미’(Academy of Ancient Music)가 첫 내한연주를 갖는다. 모차르트의 ‘3대 교향곡’으로 불리는 39번, 40번, 41번 ‘쥬피터’를 연속 연주할 예정이어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 6월7일 오후 7시반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원전연주인 만큼 당연히 강철현 대신 양장현(羊腸絃·gut)을 건 현악기, 누름쇠(키)가 없이 손가락으로 직접 구멍을 막는 목관악기, 구경이 작고 느슨한 소리를 내는 팀파니 등으로 연주한다.

호그우드는 영국 캠브리지대를 졸업한 후 원전연주운동의 선구자 격인 서스턴 다트, 레이먼드 레퍼드 등을 사사하고 하프시코드 연주자, 음악학자, 방송인으로 활동하다 1973년 ‘고음악 악카데미’를 창립했다.

이 악단은 유명 음반사 데카 산하의 ‘르와조 리르’레이블에 전속돼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교향곡 전집 등 수많은 음반을 쏟아놓으며 ‘원전연주’ 혹은 ‘정격(正格)연주’ 대중화의 첨병 역할을 했다.

호그우드가 지휘하는 ‘고음악 아카데미’의 연주는 다른 원전 연주자에 비해 잘 다듬어진 유려한 합주력이 특징. 고악기 특유의 다듬어지지 않은 질감을 그대로 드러내는 지휘자 니컬러스 아르농쿠르나, 악기군(群) 사이 음량의 불균형도 용인하는 로저 노링턴, 톤 쿠프만의 경향과 분명 다르다. 그가 지어내는 소리의 건축물은 예스럽지만 묵은 때를 다 벗겨낸 듯 밝게 빛난다.

지휘자 트레버 피노크나 라인하르트 괴벨과도 비슷하지만 합주 음량의 균형과 프레이징(분절·分節)의 매끈함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의 ‘옛악기’ 연주는 때로 ‘현대악기’ 연주보다 훨씬 현대적으로 들린다. ‘고음악 아카데미’ 홈페이지 http://www.aam.co.uk에서 이들의 전모를 알 수 있다. 3만∼7만원. 02-580-1300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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