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생물무기검증 의정서 반대 "우방국과 마찰 예상"

  • 입력 2001년 5월 20일 18시 47분


1972년 체결된 생물무기금지협정의 검증 강화를 위해 국제 사회가 6년간의 협의 끝에 11월 채택을 추진하고 있는 의정서의 초안에 미국이 반대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 또 다른 외교적 마찰이 예상된다고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20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국무부 국방부 상무부 에너지부 및 정보기관의 실무자 그룹이 그동안 이 검증 의정서의 초안을 검토한 결과, 협정 위반국의 속임수를 제대로 색출하기 어렵게 돼 있고 미국의 기밀을 노출시킬 우려가 있다는 결론을 만장일치로 내렸다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백악관은 이 검토 결과를 그대로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미국의 새 행정부가 새 군사 프로그램에만 집중하고 국제 협약과 (군사 무기의) 확산 문제에는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우방국들의 우려를 자아낼 것이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210쪽에 이르는 의정서 초안은 각국이 세균전에 사용될 수 있는 백신 생산 시설과 관련 군사 시설 등을 공개하고 협정 가입국의 다수결 표결로 의심되는 시설에 대한 사찰을 실시할 수 있게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그동안 협상에 관여해 온 마이클 무디 대표는 “이 의정서로서는 생물 무기의 확산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미국과학자연맹의 바버라 로젠버그 박사는 “미국은 그 동안의 협상과정에서 미국이 생각하는 문제점을 고칠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전세계 143개국이 비준한 생물무기금지협정은 생물 무기의 개발 생산 비축 등을 일절 금지하고 있으나 비준국들이 이를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를 검증할 수 있는 장치는 아직 없다. 현재 세균전을 벌일 수 있는 생물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국가는 중국 이란 리비아 시리아 북한 등 10여개국에 이른다.

특히 90년 걸프전에서 이라크의 생물무기 비축 사실이 밝혀지고 92년 보리스 옐친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 구 소련 정부가 협정을 위반하고 생물무기를 개발한 사실을 공개한 뒤 협정의 검증 강화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돼 95년부터 검증 의정서 채택을 위한 협상이 진행돼 왔다.

타임스는 “미국이 미사일방어 체제 추진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기 때문에 행정부 일각에서는 외교적 부담 때문에 이번 의정서 채택을 거부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일부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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