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치민시 사회과학연구원 교수인 행 박사는 17일 베트남을 방문한 통일부 기자단에게 86년 ‘도이 모이(쇄신)’정책을 들여온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행 박사는 “사회주의도 국민을 잘살게 하기 위한 것이지만 유감스럽게도 경제와는 맞지 않았다”며 “사회주의를 포기하고개인의권리와창의성을보장하는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부터 경제가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사회과학연구원 웅옌 니아 원장은 “사회주의 경제 아래서는 국민의 80%가 농업에 종사하면서도 쌀을 수입해야 했으나 시장경제체제를 갖춘 뒤 쌀 수출이 연간 500만t으로 세계 2위가 됐다”고 말했다.
베트남 시장경제의 활력은 피부로 느낄 정도였다. 외양만 보아서는 사회주의 국가인지 자본주의 국가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한국 영사관 관계자들은 “99년 374달러였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약 600달러로 뛰어올랐다”고 말했다.
베트남을 둘러보면서 자연스레 북한이 떠올랐다. 베트남과 북한을 수평 비교하기는 어렵다. 베트남은 북한과 달리 통일을 먼저 한 후 시장경제를 도입했다. 자원도 풍부하다. 북한은 환경도 다르지만 무엇보다도 시장경제가 체제 자체를 위태롭게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럴수록 베트남의 경험은 북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경제와 시장경제체제를 모두 경험한 몇 안되는 나라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노이에서 만난 베트남 행정부 투자계획부 산하 전략발전연구원의 룬 빅호 원장은 “국민이 잘 살아야 사회주의든 자본주의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上海)를 방문해 개혁 개방 현장을 둘러봤다는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베트남도 방문해 시장경제의 위력을 피부로 느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영식<정치부>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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