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고려대 시절 140㎞대 후반의 위력적인 강속구를 뿌려 ‘제2의 선동렬’로 기대를 모았지만 막상 프로에선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 붙여진 닉네임이다. 프로 11년 동안 투수타이틀은 구경도 못했고 가장 좋았던 성적이 롯데에서 14승(9패) 3세이브를 따낸 91년. 그 뒤론 단 한번도 두 자리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박동희(33·삼성). 그에게 고질적인 무릎 통풍성 관절염이 몸의 병이라면 ‘욱’하는 성질은 마음의 병. 99년엔 음주 후 야구가 잘 안 된다고 손으로 유리창을 깨 인대가 끊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나이 서른 셋. 한창 젊은 시절의 혈기는 가라앉히고 차분히 야구를 할 때도 됐다.
20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와의 원정경기. 그동안 중간계투로 궂은 일을 도맡아 하다 올해 처음으로 선발로 나선 박동희는 6과 3분의 1이닝 동안 볼넷 2개에 4안타 무실점으로 제 임무를 다했다.
삼진 2개에서 알 수 있듯 이날 경기에서 박동희는 예전처럼 타자를 윽박지르기보다는 맞춰 잡는 피칭으로 손쉽게 게임을 풀어나갔다. 직구시속은 130㎞대 후반이었지만 구석을 찌르는 컨트롤이 돋보였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으로 타자들을 현혹했다.
마무리로 나선 리베라가 2-0으로 앞선 8회 2점 홈런을 얻어맞아 졸지에 승리가 날아갔지만 ‘흘러간 스타’ 박동희의 호투는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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