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장 위해 장관 바꾸는 인사

  • 입력 2001년 5월 21일 18시 35분


25일로 임기가 끝나는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 후임에 신승남(愼承男)대검차장이 내정됐다. 새 검찰총장의 임기(2년)가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 등 주요 정치 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그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선 배경과 관련해 “검찰내 인사 기획 수사 등 그의 다양한 업무경험과 추진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지만 그것이 전부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구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김대통령은 전남 출신인 그를 새 검찰총장으로 내정하면서 ‘사정기관 호남독식’ 시비를 피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을 교체했다. 역시 호남 출신인 김정길(金正吉)장관을 충남 출신의 안동수(安東洙)변호사로 교체 임명한 것이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이상한 인사다. 특정인을 검찰총장으로 선택하기 위해 검찰을 관장하는 법무장관을 바꾼 것이다.

게다가 신임 법무장관에 대해선 그가 과연 공정한 법의 집행을 책임질 사람으로 적합한가 하는 회의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잠깐 검사생활을 했다고는 하지만 총선에서 거푸 세차례나 낙선한 민주당 지구당위원장이라는 경력 등으로 미루어 그가 법무장관으로서 얼마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실세 검찰총장’을 앞에 두고 어떻게 검찰을 지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신 검찰총장 내정자는 정권의 절대적 필요에 따라 임명됐다는 ‘한계’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정원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청와대민정수석 등 다른 사정기관 책임자가 이미 호남출신으로 짜여진 상태여서 권력기관 중에서도 핵심이라는 검찰총장 자리에 호남출신인사가 앉게 됐으니 사정라인은 완전히 ‘호남독식’이 된 셈이다. 앞으로 주요한 정치일정을 앞두고 사정라인이 어떤 식으로 가동될지 궁금하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검찰의 과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그동안 검찰은 옷로비사건 등을 처리하면서 권력에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한 상태다. 더군다나 신 검찰총장 내정자는 16대 총선사범 편파수사 시비와 관련해 지난해 탄핵소추의 대상이 됐던 인물이다.

과연 새 검찰총장이 새 검찰상을 구현해 낼 수 있겠는가. 우선 주말이나 내주초로 예정된 검찰간부 인사를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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