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썸머타임>파격노출 화제, 연기력 미흡

  • 입력 2001년 5월 21일 18시 40분


계엄령이 내려진 1980년, 운동권 수배자 상호(류수영)는 한적한 소도시의 목조건물 2층에 은신처를 구한다. 그는 아래층으로 뚫린 구멍을 통해 아랫집 여자 희란(김지현)을 훔쳐보고 강렬한 성적 충동을 느낀다.

희란은 전직 경찰인 남편 태열(최철호)이 외출할 때마다 밖에서 문을 잠그는 바람에 갇혀사는 처지. 상호는 어느날 태열이 무심코 떨어뜨린 열쇠를 주워 몰래 희란의 방에 들어가 성관계를 맺은뒤 비극의 나락으로 빠져든다.

‘내일로 흐르는 강’ ‘쁘아종’의 박재호 감독이 연출하고 그룹 ‘룰라’의 리드싱어 김지현이 주연을 맡은 ‘썸머타임’은 적나라한 노출과 암울한 시대적 배경을 통해 흥행성과 사회성 둘 다를 담아보려 시도한 영화. 그러나 이 영화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데 모두 실패했다.

희란과 상호는 80년 당시 억눌렸던 사람들을, 희란의 남편인 태열은 억압적 지배자를 상징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같은 도식적 은유를 그럴 듯하게 만드는 설득력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상황이 전개되어가는 과정은 실소가 터져나올 정도로 맥락이 닿지 않는다.

시대적 배경은 저급한 에로영화를 뭔가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치장하는 장식으로 쓰였을 뿐이다.

배우들의 어설픈 연기와 어색한 대사는 더 당황스럽다. 특히 영화에 첫 출연한 김지현은 억눌려 살다 뜻하지 않는 격정에 휘말리는 여인의 내면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자동인형처럼 숱한 베드씬만을 반복해 안쓰럽기까지 하다. 26일 개봉. 18세이상 관람가.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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