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해태 대 삼성전이 열린 광주구장. 해태 김성한 감독은 신동주에게 마음을 가라앉히라고 신신당부했다. 신동주는 삼성의 전지훈련에서 김응룡 감독의 눈밖에 나 시즌 직전 해태로 트레이드된 터.
‘감정의 앙금’이 남은 신동주가 삼성전에서 ‘전의’에 불탔던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이 경기에서 4회 적시타와 5회 희생플라이로 2타점을 올려 팀 승리를 거들었다.
트레이드가 선수들에게 주는 가장 큰 장점은 ‘자극’이다. 모든 일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야구를 오래 하다 보면 ‘샐러리맨’ 같이 타성에 젖기 십상. 하지만 어느 날 팀에서 자신의 존재가치가 없어졌다는 사실에 접하면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을 수 없다. ‘복수심’과 ‘승부근성’이 생겨 훈련에 매진하기 마련.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두드러지는 현상 하나는 ‘이적생’들의 분발이다. 요즘 팀을 이끌고 있는 선수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박힌 돌’이 아니라 새로 ‘굴러온 돌’이 대부분.
SK는 현금 트레이드해온 강혁과 조웅천, 조규제가 투타의 ‘핵’으로 자리잡았다. 주전 1루수 강혁은 40경기에서 31타점을 올려 ‘찬스맨’으로 제 몫을 해내고 있다. 팀 내 타점 1위. 최근 부진하긴 했지만 조웅천과 조규제는 그래도 ‘뒷문’이 약한 SK의 확실한 마무리.
서로 맞트레이드된 심재학(두산)과 심정수(현대)는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시즌 초 1할대에 머물렀던 심정수는 지난주부터 5할대의 맹타로 현대의 1위 등극을 이끌었고 심재학은 타격 5위(0.342), 홈런 5위(9개), 타점 1위(34개)로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에서 고루 상위랭킹. 둘은 “어느 팀이건 야구는 똑같은 것 아니냐”며 의연한 자세로 야구에만 전념하고 있다.
프로야구선수협의회 문제로 롯데에서 강제로 내보내다시피 한 마해영은 삼성으로 가 타율 0.288 4홈런 26타점으로 4번타자 구실을 제대로 하고 있고 해태 신동주, 삼성 김승권, SK 안재만 등도 새로 둥지를 튼 팀에 적응을 마쳤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