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10년간 미국의 신경제를 일군 원동력이 뭐라고 생각하느냐?” 머릿속에는 순간 ‘벤처’ ‘실리콘밸리’ ‘인터넷’ 등이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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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를 마치며]업계 관련자료 요청 잇달아 |
그러나 만델씨의 답은 다소 의외였다.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을 정확히 가려내 좋은 기업에는 싼값의 직간접 금융을 제공하고 나쁜 기업은 퇴출시킨 ‘월가의 경쟁력’이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제조업 기반은 탄탄하지만 금융산업이 아직도 후진적”이란 코멘트를 빼먹지 않았다.
만델씨의 이 같은 지적은 이번 기획취재 내내 기자의 머리에서 쉽게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시리즈를 끝내며 단순히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비교열위’만을 확인한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경쟁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숨겨져 있던 우리 금융산업의 ‘흙 속의 진주’를 하나씩 캘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온라인증권거래의 선두주자인 대신증권은 최근 세계적인 증권사인 미국의 골드만삭스와 ‘글로벌 트레이딩’서비스를 준비중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인터넷이나 전용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증시의 종목을 직접 매매하는 혁신적인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젝트는 99년 초 골드만삭스의 고위관계자가 대신증권의 사이버트레이딩 프로그램을 보고 ‘원더풀’을 연발한 데서 시작됐다. 이후 ‘온라인 트레이딩 시스템을 보려면 한국에 가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해외증권사의 국내 증권사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대신증권 김완규 사이버마케팅팀장은 “집집마다 고속인터넷이 들어가 있는 등 정보인프라가 확실히 깔려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장점”이라며 “다른 나라에서는 이 같은 서비스를 하고 싶어도 인프라가 깔려 있지 않아서 힘들다”고 말했다.
더구나 국내 금융고객들의 온라인 금융거래에 대한 관심도 어느 나라 못지않다. 가히 ‘예술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증권사의 온라인트레이딩 프로그램은 사실 고객들의 요구를 하나둘 수용하다보니 나오게 된 것이라는 게 김 팀장의 설명이다.
시리즈 첫회분인 ‘맞춤형 금융상품’이 나가자 삼성카드로부터 약간의 불만이 섞인 전화가왔다. “왜 바깥만 보느냐. 우리도 ‘캐피털원’에 버금가는 콜센터가 곧 문을 연다”는 내용이었다. 삼성카드는 16일 서울 종로구 종로5가의 은석빌딩에서 돼지머리를 올려놓고 콜센터의 성공적인 개장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냈다. 이 빌딩 12개층 중 10개층을 콜센터로 쓰고 있으며 상담원만 해도 1500명이다.
이곳 콜센터로 전화를 걸면 주민등록번호나 카드번호를 먼저 입력하게 되어 있다. 이어 컴퓨터에서 고객의 회원정보와 신용정보가 곧바로 인식되고 신용도에 따라 서로 다른 상담요원으로 연결된다. 상담원의 PC에는 전화를 걸어오는 고객이 자주 물어오는 질문이 화면에 뜨고 이에 따른 해결방법이 상세히 뜬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 회사 홈페이지에 ID를 입력하고 접속하면 해당 고객이 선호하는 정보를 위주로 각기 다른 홈페이지가 뜬다는 것.
삼성카드 고영호 과장은 “2년 전 미국 캐피털원을 방문했을 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보고 상당한 충격을 받고 그때부터 준비를 해온 것”이라며 “우리나라 금융기관도 고객 특성에 맞는 금융상품 및 정보를 제공하는 원투원마케팅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은행은 지난해부터 전산시스템의 대대적인 개편을 진행중이다. 고객에게 맞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전산시스템의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처음에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대하던 전산팀 관계자들도 해외 금융기관의 전산시설을 둘러보고는 고개를 숙였다고 한다.
가장 뒤떨어져 있다는 자본시장도 증권쪽에서 랩어카운트 상품을 선보이고 다양한 투신상품들이 서서히 선보이면서 조금씩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제일투신증권의 모진성 상품개발팀장은 “무엇보다 고객과 최일선에 있는 파이낸셜컨설턴트(FC) 등이 아직도 프로정신이 부족하다”며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모으고 이를 체계적으로 고객에게 전해주려는 자체적인 노력과 함께 금융기관도 전문인력의 양성에 신경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정부가 각 금융기관이 자율적인 결정을 존중하는 풍토가 절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도 나름대로 대형증권사로의 통합을 통한 투자은행 육성과 은행산업의 소프트웨어 개혁 등 ‘외형적인 개혁’에서 ‘질적인 개혁’으로의 방향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취재 기간에 확인한 것 중 하나가 해외금융기관의 ‘수익성경영〓고객차별화와 우량고객의 만족’이었다. 국내 금융기관들도 이 같은 원칙에 맞춰 새로운 제도를 하나둘 도입하고 있지만 아직은 적지 않은 진통을 겪고 있다. 은행들이 도입한 소액계좌의 수수료 부과가 대표적인 예.
삼성금융연구소의 정기영 소장은 “선진금융기관의 투명한 지배구조 및 자산건전성 관리기법 등은 당연히 글로벌스탠더드를 따라야 하지만 금융관행을 도입할 때는 국내 고객들의 정서와의 접합점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는 숙제를 던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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