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투자기관의 펀드매니저들이 바라보는 한국증시의 현주소다. 최근 미국과 유럽의 투자기관을 돌며 펀드매니저들을 만난 대한투신운용의 이기웅주식운용본부장(41)은 23일 “이머징 마켓에서 한국 시장의 비중이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다음은 이본부장이 만나고 온 해외 전문가들의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 세계 경기에 대한 진단과 전망.
▽한국 증시 저평가돼 있다〓17명의 펀드매니저들은 대부분 한국 주식시장이 저평가돼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저평가의 이유로는 주주가치를 등한시하는 재벌 기업들의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가 첫손에 꼽혔다.
한계기업 처리 등 구조조정 속도가 더딘 것도 저평가의 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본부장은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저평가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국 경제, 경기회복시 가장 빨리 회복될 것〓이본부장은 “한국 경제는 경기에 민감한 기업군으로 구성돼있기 때문에 경기가 상승 반전할 경우 회복이 가장 빨리, 그리고 급속도로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한국경제를 세계경제의 선행지표로 삼는 경향이 강했다는 것.
올 들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일면서 외국인이 한국시장에서 순매수를 유지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 이본부장은 “미국내 뮤추얼펀드로 장기성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고 지역별 펀드에서 한국이 일정한 비중을 유지하고 있어 환매 등의 변수가 없다면 외국인 자금 유입은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게다가 최근 유럽계 펀드들이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지수를 투자의 주요 잣대로 삼음에 따라 한국 주식의 편입비중이 더 높아질 전망이라는 것.
개별 종목으로는 국민-주택 합병은행에 대해 관심이 높았고 SK텔레콤의 자사주 매입 소각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이본부장은 전했다.
▽미국 및 세계경제 전망〓미국 경기 회복 시점에 대해서는 같은 투자기관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릴 정도로 낙관론과 비관론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는 상황.
일본 경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이본부장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의 개혁으로 장기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고 실질적인 구조조정 지연으로 침체국면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에 대해서 펀드매니저들은 하이닉스, 현대건설 등 한계기업의 처리가 장기화될 경우 금융권의 추가 부실이 생길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고 이본부장은 전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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