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포드, 파이어스톤사 대립 배경]95년 밀월관계 '펑크'

  • 입력 2001년 5월 23일 18시 27분


'1300만개 리콜'
'1300만개 리콜'
일본계 타이어제조업체 브리지스톤-파이어스톤사가 미국 포드 자동차와의 제휴 중단을 선언하자 포드 자동차는 파이어스톤 타이어를 장착한 레저용 자동차 익스플로러에 장착된 타이어 1300만개의 리콜로 대응했다.

포드 자동차는 22일 익스플로러 등 자사 자동차에 장착된 브리지스톤-파이어스톤의 ‘파이어스톤 윌더니스 AT’ 타이어를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포드 자동차의 최고경영자인 재크 나세르는 “이들 타이어의 일부가 장차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운전자 보호 차원에서 리콜을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포드는 지난해 8월 이후 파이어스톤 타이어 650만개를 역시 안전문제로 리콜하고 있는 중이어서 이를 포함한 이번 타이어 리콜이 사상 최대규모가 됐으며 리콜에 소요되는 비용은 최고 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브리지스톤-파이어스톤사는 21일 포드사에 대한 납품을 중단하겠다고 선언, 95년간 계속돼온 양사의 제휴에 종지부를 찍었다.

양사가 제휴 중단으로까지 가게 된 이유는 파이어스톤 타이어를 장착한 포드 익스플로러 자동차의 빈번한 사고 때문. 미국 정부는 그동안 익스플로러 자동차의 주행중 타이어 파열사고로 최소 174명이 사망하고 500명 이상이 부상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포드측은 이처럼 빈번한 사고의 원인이 브리지스톤-파이어스톤으로부터 납품받은 타이어의 결함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650만개에 이어 이번에 1300만개의 타이어 리콜에 나선 것도 사고의 원인이 타이어에 있음을 내세우기 위한 것이다.

반면 브리지스톤-파이어스톤측은 타이어의 안전성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며 익스플로러의 구조적 결함 때문에 사고가 빈발하고 있는데도 포드측이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포드는 파이어스톤 대신 굿이어 사의 타이어를 장착한 익스플로러의 타이어 관련 사고는 2건밖에 안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브리지스톤-파이어스톤은 문제의 타이어를 장착한 포드 레인저 트럭의 경우 타이어 사고율이 익스플로러의 7분의 1 내지 10분의 1에 불과하다며 익스플로러의 과다한 중량 등이 사고를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분명한 것은 책임 소재가 가려질 경우 어느 한쪽은 치명적 타격을 받게 된다는 점. 미국의 투자자문회사인 무디스는 22일 이번 리콜과 관련해 포드사의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브리지스톤-파이어스톤의 모체인 파이어스톤사는 78년 타이어 1450만개 리콜 사건으로 파산위기에 몰려 결국 90년 일본의 브리지스톤사에 흡수됐다.

포드의 창업주인 헨리 포드와 파이어스톤의 창업주 하비 파이어스톤은 1906년부터 거래를 시작했다. 그 후 두 사람의 손자와 손녀가 결혼, 두 회사는 혼맥으로도 얽혀 있다.

100년 가까이 지속된 각별한 유대도 두 회사의 사운이 걸린 분쟁에 휘말려 ‘펑크 난 타이어’ 꼴이 되고 말았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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