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입각과정과 관련해 거액의 뒷거래설까지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3·26 개각 전날까지 장재식(張在植) 의원으로 기울던 건교부장관직이 막판에 오 장관으로 바뀌게 된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는 23일 종일 신당동 자택에 머물며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JP는 오장관이 총선 참패로 교섭단체조차 무산된 당 사무총장을 맡아 어려운 살림을 꾸려오며 고군분투한 데 대해 늘 미안함을 갖고 있었다”며 “오장관은 이 때문에 입각 0순위로 꼽혔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전했다.
오장관도 “나는 입각문제와 관련해 명예총재께 입 한번도 뻥긋한 적이 없다”며 펄쩍 뛰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 또한 “오장관의 부동산거래 문제는 97년말 대산건설 부도 때 국세청에서 한차례 스크린된 데다가 입각을 앞두고도 이미 걸러진 얘기”라며 “입각 과정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날 오장관의 해임까지 촉구했다. 총재단회의에서는 “다른 장관도 아니고 건교부장관이 가압류 회피를 위해 부동산 매매를 했다면 영이 서겠느냐. 당연히 해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조를 이뤘다.
<박성원·선대인기자>swpark@donga.com
▼건교부 '오장섭式 인사' 난맥상▼
건설교통부가 오장섭(吳長燮) 장관 취임 이후 인사 문제로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개방형 직위로 지정된 국장급 자리에 인사 발령을 낸 뒤 다시 공모(公募)를 해 공모가 형식에 그친다는 빈축을 사고 있는 것. 또 국토정책을 맡고 있는 국(局)의 국장과 과장 4명을 모두 바꿔 업무에 차질을 빚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건교부는 개방직인 감사관에 9일 김세호 신공항건설기회단장(부이사관)을 발령했다. 열흘후인 19일 건교부는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감사관을 공개모집한다는 안내문을 냈다.
건교부는 안내문에서 “개방형 직위로 지정된 감사관을 공개모집하오니 유능한 인재의 많은 응모를 바란다”며 다음달 1일까지 응시원서를 받는다고 밝혔다.
이미 발령이 난 자리를 뒤늦게 공모하는 것에 대해 건교부는 “장관 취임 직후 국장 인사를 하는 데 공모절차를 거치면 3개월 가량이 걸려 우선 발령을 내고 다시 공모절차를 거쳐 새로 뽑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장관이 발령한 사람이 응모해 다시 뽑히기 때문에 형식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건교부는 지난해에도 개방직인 국제항공협력관과 토지국장에 미리 인사 발령을 내고 공모했으나 장관이 임명한 국장들이 그대로 다시 뽑혔다.
한 관계자는 “개방직 국장 인선은 외부 인사들이 주축이 돼 뽑는 것이어서 장관이 임명했던 현직 국장이 다시 뽑힌 것은 그들이 우수했기 때문”이라면서 “이번에도 현직 감사관 등 5∼6명이 지원했지만 누가 뽑힐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오 장관은 취임 한달 보름 만인 9일 대규모 국과장 인사를 단행하면서 국토정책국의 경우 국장과 5명의 과장 중 과장 한명을 빼고 모두 바꾸었다. 이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최소한의 원칙도 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또 주택정책의 주무 과장을 4개월도 안돼 바꾸는 등 서민주택과 건설경기의 핵심 과장을 대거 바꿔 정책 추진이 상당기간 지연되기도 했다.
이외에 ‘건설’과 ‘교통’ 분야가 합쳐진 부에서 건설 쪽만 승진 및 보직변경 인사를 해 교통분야에서는 “건설업계 출신 장관이어서 우리가 서자(庶子) 취급 받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왔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