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승률 78.5%…조훈현바둑 신바람 낸다

  • 입력 2001년 5월 23일 19시 04분


바둑계가 온통 이창호 9단과 이세돌 3단의 대결에 관심을 쏟고 있을 때 소리소문 없이 성적을 내고 있는 기사가 있었다. 다름 아닌 조훈현 9단.

지난해 29승 27패로 오랜 기사 생활에서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던 조 9단은 올해 22승 6패(승률 78.5%)를 기록, 무서운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승률만큼이나 각종 기전에서의 활약도 대단하다.

우선 국내 기전. 지난달 국수전에서 루이나이웨이 9단을 상대로 3대 0의 스코어로 타이틀을 따낸 데 이어 왕위전에서 4연승으로 단독 선두, 명인전에서도 4연승으로 유창혁 9단과 함께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최근 기세로만 보면 두 기전에서 도전권을 따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해외 기전에선 최근 TV바둑 아시아선수권전에서 2년 연속 우승했다. 후지쓰배에서 8강에 올라 있으며 춘란배 4강에 올라 25일 중국 시안(西安)에서 왕리청(王立誠) 9단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 이창호 9단이 거의 모든 세계기전에서 1, 2회전에서 탈락한 것에 비하면 올해 세계 대회 농사는 조 9단의 어깨에 달려있는 셈이다.

조 9단의 기풍도 최근 많이 변했다는 평. 전에도 전투에 능했지만 최근 들어 더욱 격렬해지고 양보가 없는 바둑을 두고 있다. 보통 기사들이 나이가 들면서 유연해지는 것과는 정반대. 조 9단은 “나이가 먹으면서 실력이 자꾸 줄어드니까 승부를 빨리 보기 위해 싸울 수밖에 없다”며 반농담식으로 말하지만 난다긴다하는 신예 기사들 역시 조 9단의 공격력에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정도다.

올해 나이 48살.

“조남철 선생께서 갖고 계신 최고령 타이틀 획득 기록(49세 6개월)은 깨야하는 것 아닙니까?”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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