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나리꽃으로 둘러싸인 프로스트의 농장에 갔을 때 그곳 창고를 지키는 처녀에게 왜 이렇게 사람들이 없느냐고했더니 씩 웃으며 하루에 스무명 정도만 찾아온다고 했다. 그것도 먼 나라에서 일부러 찾아온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단풍 든 숲 속에 두갈래 길이 있었습니다/난 두 길을 다 갈 수 없는 나그네…/오랜 세월이 흐른 날/숲 속에 두갈래 길이 있어/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택했노라고/나는 한숨 지으며 말하게 되리라/그것이 나의 운명을 바꾸어 놓은 것이라고’(‘가지 않은 길’ 중에서)
그의 말대로 인생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 그는 시밖에 쓰지 않아 한평생 가난하게 살아서 지금의 농장밖에는 남아있는 게 없다. 그러나 프로스트의 집은 풀까지 딸린 거대한 저택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집을 보았을 때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난 그 곳에서 산 바람속에서 산새들과 들쥐들과 살며 그것을 시로 노래했던 프로스트를 만났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서 있던 프로스트의 청빈한 집에서 평화로운 휴식을 맛보았다. 그곳에서 내가 느낀 것은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문명이 아닌 자연이며 사치가 아닌 소박함이라는 것이었다.
오 은 주(43·주부·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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