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자 토머스 버버리로부터 시작된 버버리 브랜드는 트랜치코트의 ‘대명사’로 자리잡아 한국에서는 버버리라는 상표명이 트렌치코트라는 말을 대신하고 있다. 버버리는 영화에도 많이 등장했다. 영화 ‘애수’에서 워털루다리 위에서 남자주인공 로버트 테일러(애칭 로이)가 트렌치코트를 입고 과거를 회상하던 명장면으로 60년대 한국 여성들 사이에서는 ‘로이 열풍’과 함께 버버리 바람이 불었다. ‘카사블랑카’에서는 험프리 보거트의 깃 세운 버버리가 우수어린 연기를 더욱 빛내는 조연으로 사용됐다. 이밖에도 버버리는 탐정 스파이 비즈니스맨을 묘사하는 영화속의 중요 소품으로 자리를 굳혔다.
영국 왕실의 지정상인이라는 명예로운 역사를 이어오던 버버리도 90년대 들어 한때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하나의 스타일만을 고집해온 버버리는 소비자 욕구의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고 한때 장년층이나 노인들이 입는 옷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90년대 후반 버버리는 혁신을 시도했다. 새로운 경영시스템을 도입하고 버버리의 오랜 틀을 깨는 디자인이 선보였다. 버버리의 전통 체크무늬를 변형한 새로운 체크무늬가 선보였으며 가죽 등 새로운 소재가 사용됐다. 장식단추 등 미적 요소를 가미하면서 젊은 패션 마니아들을 다시 버버리 상점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패션산업도 다른 비즈니스처럼 멈춰서는 순간 몰락이 시작된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버버리도 결국 변화와 혁신을 통해서 2000년대에 살아남는 브랜드가 될 수 있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홍 성 민(보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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