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위재영 "내가 나올땐 안심해"

  • 입력 2001년 5월 24일 18시 22분


위재영
‘문단속’이라는 냉장고가 있었다.

냉기가 밖으로 새 나가는 것을 단단히 막아 줘 내용물의 신선도를 높인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야구에서도 뒷문을 잘 지켜야 승산이 있다. 경기 막판에 승리를 눈앞에 뒀다가도 마침표를 제대로 못 찍는다면 승부를 그르치기 일쑤.

5월 들어 불같은 상승세를 타고 있는 현대를 보면 구원 투수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현대의 수호신 위재영(29)이 바로 그 주인공.

위재영은 23일 수원 삼성전에서 팀이 1점차로 간신히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삼진 3개로 마무리, 깔끔하게 설거지했다.

13경기 연속 구원에 성공하며 15세이브포인트(3구원승 12세이브)로 삼성 리베라와 시즌 처음으로 구원 부문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소방수’ 위재영이 확실하게 불을 끄고 있는 덕분에 현대는 이날 현재 26승16패를 기록, 2위 삼성을 2경기 차로 제치고 순위표 맨 꼭대기를 굳게 지켰다.

“처음에 팀 성적이 나빴던 데는 내 책임도 있어 괴로웠어요.”

시즌 초반 위재영의 투구는 불안했던 게 사실. 허리 통증에 시달리며 미국 전지훈련과 일본에서 가진 연습경기에서 제대로 공을 뿌리지 못했던 탓. 지난달 7일 광주 해태와의 경기에서는 팀이 4-1로 앞선 상황에서 등판했으나 무려 4실점하며 4-5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다 잡은 경기를 놓친 후유증으로 현대는 슬럼프에 빠져 연패의 늪을 허덕이며 하위권을 맴돌아야 했다.

하지만 팀이 전체적인 투타 균형을 맞추는 것과 발맞춰 위재영도 제자리를 찾으면서 현대는 지난 시즌 챔피언의 위용을 되찾고 있다.

지난해 구원 2위에 오른 데 이어 올해 구원왕을 노리고 있는 위재영은 선동렬(당시 해태)이 92년 7월부터 이듬해 5월에 걸쳐 세운 18경기 연속 구원 신기록에도 도전하고 있다. 기록을 의식하고 있지는 않지만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다 보면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게 그의 얘기.

현대 승리의 보증수표가 된 위재영은 “내가 던지는 볼에 자신이 있으며, 구원을 하나하나 쌓아나가는 게 기분 좋다”고 힘있게 말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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