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본보 재테크팀이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증시 전망과 자산배분 현황을 확인해본 결과 대부분 올해 증시가 작년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보면서도 주식투자 비중은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증시의 추세 전환이 대개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로 촉발된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기관의 역할 축소는 당분간 주가의 대세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한 요인이다.
▽국민연금〓올해 직접투자 5000억원, 위탁투자 1조5000억원 등 모두 2조원을 주식으로 운용할 방침이다. 직접투자분 중 4000억원으로 이미 주식을 사들였고 나머지 1000억원은 아직 투입 계획이 없다.
1조5000억원의 운용을 맡을 위탁투자기관은 6월중순에 선정된다. 장길훈 투자전략팀장은 “위탁투자분의 증시투입 시기는 공단에서 결정한다. 위탁기관 선정이 곧 해당자금의 증시투입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요컨대 올 상반기 중에는 이렇다할 주식투자 계획이 없다는 얘기다.
▽은행〓주택은행의 경우 4월말 현재 보유주식은 장부가 기준 500억원가량. 지난해 이전에 사들여 작년 하락장에서 손절매 기회를 놓친 물량이 대부분이다. 자금팀 나병도과장은 “올들어 교체매매 또는 신규매수한 물량은 거의 없으며 추가 투자계획도 아직 없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시가 하반기부터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주식투자규모를 늘려야 할지를 고민중이지만 늘린다 하더라도 주식비중이 커지는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삼성생명은 주식 규모를 99년말 6조원(전체자산 중 13%)에서 현재 3조5000억원(6%)으로 줄여놓았다. 포트폴리오운용팀 서성용부장은 “증시가 의외의 강세를 보이더라도 주식투자 규모를 크게 늘릴 수는 없고 올해 주식비중은 6%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도 주식비중을 지난해 수준인 4%(8000억원)로 갖고 간다는 방침. 이석기 재무기획팀장은 “금리가 많이 떨어졌지만 주식평가손이 지급여력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치명적이어서 장기채권, 고객대출 등 안정적인 자산의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투신과 증권〓투신권은 주식형수익증권이나 뮤추얼펀드 잔고가 정체돼 있어 독자적인 행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는 4조6000억원으로 연초 4조원에서 다소 늘었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의 6조6000억원에는 크게 못 미친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연초부터 상품주식 비중을 늘려왔으나 전체적으로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며 여전히 단기매매에 치우쳐 있다.
동원경제연구소 강성모 투자분석팀장은 “건전성 규제가 엄격하고 일차적인 투자대안인 회사채시장의 경색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에 기관들의 적극적인 증시 참여는 아직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설사 기관이 공격적으로 나온다 하더라도 매매패턴이 ‘치고 빠지기’식의 단기투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증시의 안전판 역할은 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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