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역사교과서는 국정본만이 중고교 교재로 채택되어 있어 과거 독재정권이 정통성을 홍보하는 데 악용한 것이 사실이다. 1970년대 유신정권은 독재를 합리화하기 위해 반공 이데올로기와 주체적 민족사관에 의한 통일성을 기한다는 이유로 초중고교의 역사교과서를 검인정에서 국정 ‘국사 교과서’로 바꿨다. 74년 발간된 국정 교과서는 10월 유신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는…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달성하고자…10월 유신을 단행하였다’고 기술해 정권유지 수단으로 이용됐다.
이런 사정은 제5공화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국정교과서는 정권 유지와 홍보 수단의 매력적인 매체였던 셈이다. 국내 역사 교육은 결국 지배 집단의 질서와 기득권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 스스로 한국 역사에 대한 진실된 시각을 잃을 위기에 빠졌다.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지금부터라도 지배 집단의 도구로 이용됐던 역사 교육의 식민지적 잔재를 털어내고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
이 영 일(흥사단 간사·서울 동대문구 이문3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