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들러리들에게 머리를 모두 똑같은 색으로 염색하라고 강요했던 신부도 있었다. 모두 결혼식을 화려하고 근사하게 꾸미는 데 강박적일 정도로 집착하고 있는 여성들이었다.
로니의 설명에 따르면 이 여성들은 자신의 결혼식을 결혼하는 당사자가 아닌 하객의 입장에서 바라본다. 또한 이들은 대부분 패션잡지의 기자나 편집자, 예술가 등 이미지를 매우 중시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
맨해튼의 노련한 웨딩 컨설턴트인 마시 블룸은 이 여성들이 결혼식의 외양에 집착하는 것은 결혼이라는 일생일대의 대사에 대해 은근히 겁을 집어먹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평생 동안 자신을 다른 누군가와 묶어줄 예식을 앞에 두고 있다는 엄청난 중압감에서 결혼식 때 입을 옷이나 하객들에게 내놓을 음식 같은 것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혼식의 외양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뉴욕의 환경이 여성들을 그렇게 만든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여성들이 아무리 지나친 요구를 해도 결혼식장으로 쓰이는 호텔이나 식당 등이 그런 요구를 모두 들어준다는 것.
사실 뉴욕에서 결혼 관련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집착을 넘어 거의 광기에 가까운 요구들을 해대는 신부들을 만나본 경험이 있다. 단순히 부케의 색깔을 지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꽃잎의 크기와 숫자까지 엄격하게 지정해주는 신부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애완견에게도 결혼식장의 벽지나 탁자 색깔에 맞춰 꽃장식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신부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잡지 ‘모던 브라이드’의 앤토니아 밴더미어 편집장은 여성들의 이러한 집착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여성들은 소녀시절부터 결혼을 통해 자아를 확립하도록 세뇌를 받기 때문에 결국 결혼식 준비를 하면서 자신의 자아를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결혼식을 자아를 탐구하는 장으로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http://www.nytimes.com/2001/05/20/living/20BRID.html)
<연국희기자>ykook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