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전통적 핵가족제도 급속 해체

  • 입력 2001년 5월 24일 18시 39분


지난 주 미국 인구통계국은 미국의 가정 중 전통적인 핵가족(결혼한 남녀와 자녀들로 이루어진 가정)의 비율이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그렇다면 결혼이라는 오래 된 사회적 계약관계의 울타리 밖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미국 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커플들의 숫자는 1990년대에 두 배로 늘어나 지금은 거의 550만 쌍에 달한다. 또한 여성 혼자서 가장 노릇을 하며 자녀들을 키우고 있는 가정이 미국 전체 가구 중 7.2%, 남성이 혼자 자녀를 키우는 가정이 2.1%이다.

그리고 이 밖에도 아주 극단적인 예로 일부다처제를 실천에 옮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 유타주는 100여년 전에 이미 일부다처제를 불법화했지만, 지금도 약 5만명이 일부다처제 가정에서 살고 있다고 정부 관리들은 말한다.

제인 오스틴이 소설 ‘오만과 편견’을 쓰던 200년 전만 해도 영국 상류층은 남자와 여자가 결혼하는 것을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따라서 재산이 많은 독신 남성은 당연히 아내를 구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으며, 독신 여성은 당연히 남편을 구하고 있을 것이라고 간주되었다.

그러나 21세기의 초입에 들어선 지금 남자와 여자, 그리고 결혼에 대한 보편적인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온갖 사람들이 나와서 자신들의 사생활을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토크쇼와 낯뜨거운 스캔들을 연달아 터뜨리는 정치인들이 있을 뿐이다.

특히 토크쇼는 결혼에 대한 환상을 여지없이 부숴 버린다. 1주일에 한 번씩 결혼생활의 문제점을 상담해주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는 ‘오프라 윈프리 쇼’를 예로 들어보자. 이 프로그램에 상담자로 출연하고 있는 심리학자 필립 맥그로 박사의 진단에 따르면, 아내는 너무 드센 여자거나 아니면 재미없는 여자이며, 권태와 일에 지쳐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또한 남편은 아내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차가운 태도로 일관하거나 지나치게 인색하게 군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결혼생활도 행복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에디 피셔, 프랭크 시내트라와 미아 패로, 미아 패로와 우디 앨런, 브루스 윌리스와 데미 무어,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 이 사람들이 애당초 왜 결혼을 했는지 궁금해질 정도다.

게다가 정치가들의 사생활 역시 결혼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불어 넣어주기에는 역부족이다. 뉴트 깅리치 전의원은 클린턴 전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만만하게 도덕을 설교했지만, 그 자신도 그 때 외도를 하고 있었다. 7년 동안 뉴욕 사람들에게 품위 있게 자신을 관리하는 법을 설교했던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 시장도 외도를 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오늘날 미국 고등학교의 필독서 목록에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그녀는 ‘오만과 편견’에서 오늘날에도 적용될 수 있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은 이성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행동을 잘 설명해준다.

“우리 자신이 이웃들의 웃음거리가 되기도 하고, 또한 우리가 이웃들을 비웃는 자리에 서기도 하는 것, 이것 외에 우리가 살아가는 낙이 무엇이 있겠는가.”

(http://www.nytimes.com/2001/05/20/weekinreview/20FRIT.html)

<연국희기자>ykook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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