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분업취지 살리는 대책이 돼야

  • 입력 2001년 5월 24일 18시 39분


정부가 31일 발표할 예정인 건강보험 재정건전화 종합대책에 국민의 시선이 쏠려 있다. 3월말 취임한 김원길(金元吉) 보건복지부 장관이 5월말까지 분명한 대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장담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기대를 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올해 건강보험재정 예상적자가 4조원에 이르는 만큼 재정 대책이 혹시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게 아닌지, 또는 의약정의 이해관계에 따라 불편이 더 커지는 게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사실 보험재정 안정대책은 쉽게 마련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대책은 원인에 대한 정확한 파악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인데 원인과 책임문제에서부터 정부 의약계 시민단체 정치권의 견해가 크게 엇갈린다. 서로들 의약분업의 준비 없는 실시, 건강보험의 통합, 의료보험 수가의 무리한 인상 때문이라고 자기 나름대로의 원인을 말한다. 그런 형편이니 그 처방에 대한 목소리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보험재정이 바닥을 드러낸 원인은 복합적이라는 게 옳을 것이다. 정책의 판단과 결정의 잘못에 대해서는 분명히 따져야 할 일이지만 책임이 어느 한쪽에 있다고 보기가 어려운 점도 있다. 그래서 의약분업이 성급하게 실시돼 불편이 컸다해서 원래대로 돌아가자거나, 완전히 구조를 새롭게 하자고 주장하거나, 보험 통합이나 의보수가의 기본 틀도 다시 짜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성도 떨어지고 현재의 복잡한 상황을 더욱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정부의 보험재정 대책도 그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의약분업의 취지와 원칙 아래 대책이 마련돼야지 재정 안정에만 초점이 맞춰지거나 이해단체의 주장에 흔들려서도 곤란하다.

확정된 방안은 아니라 해도 종합대책 발표에 앞서 정부 여당이 주사제를 의약분업에서 완전히 제외하는 대신 약의 낱알 판매를 허용키로 합의했다는 보도는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주사제 분업은 의료계의 요구인데다 분업에서 제외하면 1000억원의 보험재정 절감효과가 나기 때문이라는 것이고 그에 상응해 약사계가 요구하는 낱알 판매 등을 들어주기로 했다는 것인데 이는 약의 오남용을 방지해 국민건강을 증진하겠다는 분업의 근본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보험재정 위기에서 벗어날 방안 마련은 시급한 과제지만 재정안정 대책이 혼란의 새로운 불씨가 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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