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법력'인가 자연현상인가

  • 입력 2001년 5월 24일 21시 38분


‘법력(法力)의 소산인가, 단순한 자연 현상인가.’

충북 진천군 이월면 송림리의 방환길(方煥吉·62)씨. 그는 이산가족 상봉희망자 명단이 발표된 지난해 7월 중순 북한의 형 환기(煥基·68)씨가 자신을 찾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동안 멍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형이 살아있다는 소식도 그렇거니와 1962년 작고한 어머니 강매월씨가 남긴 지름 1.5㎝ 가량의 떡(백설기) 두 덩어리와 쌀 14톨이 떠올랐기 때문.

당시 강씨는 “6·25전쟁이 발발한 직후 의용군으로 끌려간 네 형의 무사귀환을 빌러 그 해말 인근 거북산의 사찰에 갔을 때 주지스님이 시주한 쌀로 떡을 만들어 쌀과 함께 주면서 ‘떡과 쌀이 부패하면 아들이 죽었고 그렇지 않으면 살아있는 줄 알라’고 말했다”고 전했다는 것이다.

강씨는 이 떡과 쌀을 환기씨가 입던 군복 상의 호주머니에 넣어 장롱속에 간직하면서 생전에 가끔씩 가슴을 졸이며 부패 여부를 확인해 보곤 했다. 환길씨는 그대로 믿지는 않았지만 곰팡이조차 슬지않는 이 떡과 쌀을 희망으로 여기며 보관해 왔다고 한다.

환길씨는 지난해 8월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형을 만나자 “떡과 쌀이 썩지 않았고 우리는 만났다. 어머님의 애환이 깃든 것이니 가져가라”며 떡과 쌀을 내밀었다. 환기씨는 “우리는 또 언제 만날지 모른다. 가지고 있다가 부패하면 내가 죽은 줄 알라”며 사양했다.

환길씨는 이같은 사실을 신기하게 여겨 최근 고려대 생명공학과 이철호 교수에게 떡과 쌀에 대한 분석을 의뢰했다.

이교수는 “백설기 등이 완전히 마른 상태였기 때문에 썩지 않았고 그런 현상은 흔히 있을 수 있다”며 “주지스님이 이를 예상하고 희망과 위안을 주려고 그런 예언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길씨는 “어머니는 주지스님에게서 물기가 있는 떡을 받아와 곧바로 시멘트 포대 종이에 쌓아 보관했다고 얘기했었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주지스님의 법력으로 해석하려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진천〓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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