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李明載·사진) 검사가 중수부장이 됐지요?”
“그런데요.”
“20년 전쯤 제가 관련된 사건을 이검사가 수사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 한번도 이검사를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너무 고마워서요. 이검사는 정말 훌륭한 검사예요.”
할머니는 이 말을 하기 위해 춘천에서 일부러 상경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검사장을 만나보고 가라”는 말에 “그럴 필요는 없다”며 떠났다.
선배들에게서 ‘당대 최고의 검사’로 불리며 ‘거악(巨惡)’을 척결하는 선봉에 섰던 그가 25일 서울고검장을 끝으로 27년간의 검사생활을 마감했다. 이고검장은 퇴임식에서 마지막으로 ‘용기 있는 검사’의 길을 제시했다.
“절대적인 정직과 공명정대한 행동으로 어떠한 추정도 하지 않으며, 어떠한 일도 행운에 맡기지 않고 용의주도하게 준비하며, 어떠한 사건도 자신의 정당성에 확신이 설 때까지는 재판에 넘기지 않는다.”
98년초 대검 중수부장으로 ‘환란(換亂)’사건 수사를 지휘할 때 다소 ‘억울한’ 피의자에게 이렇게 다짐하기도 했다.
“실정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당신을 처벌하는 우리를 용서하십시오. 우리는 당신보다 더 잘못한 사람들을 반드시 찾아 처벌함으로써 당신에 대한 미안함을 덜겠습니다.”
이렇듯 자신의 일에 끊임없이 회의하면서도 한 점 빈틈없이 치밀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그의 스타일이었다. 합리적 추궁과 설득으로 자백을 받아냈고 그래서 피의자들은 구속되면서도 오히려 감사의 표시를 했다.
그는 대검 중수부 과장과 서울지검 특수부장, 대검 중수부장 등을 거치면서 이철희-장영자 거액어음사기사건 등 수많은 대형사건을 수사했고 그 과정에서 특별수사의 ‘전설’로 불렸다.
이임식에서 그는 여직원, 경비원 등에게까지 일일이 고마움의 인사말을 잊지 않았고 후배 검사들에게는 “서민을 위한 ‘백마탄 기사’가 되어 달라”고 주문했다.
<이수형·신석호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