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씨아들 병역비리 혐의파문]인사시스템 치명적 결함

  • 입력 2001년 5월 26일 06시 56분


안동수(安東洙) 전법무부장관이 아들의 병역비리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대통령에 대한 보고 누락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안 전장관의 경질 파동에 대해 청와대 등 여권은 이번 사건이 장관 임명후 발생한 ‘충성문건’ 때문에 빚어진 돌출 사건으로 과거 경력에 대한 인사 검증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안 전장관의 아들이 병역비리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음이 확인됨에 따라 이같은 여권의 주장이 원천적으로 허구임이 입증되는 것이어서 ‘충성 문건’ 파문은 새로운 국면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안 전장관이 아들 병역비리 의혹에도 불구하고 법무장관에 임명되는 과정에서 관련 기관들이 병역비리 연루 혐의 사실을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거나 축소 보고했다면 그 파장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 관련 기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25일 “안 전장관에 대한 임명장 수여 직전인 21일 오전, 인사검증 기관에 안 전장관의 병역비리 연루 혐의와 함께 그가 법무장관이 될 수 없는 또 하나의 ‘치명적 문제점’을 보고했는데도 불구하고 장관 임명이 강행됐다”고 털어놓았다.

설사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담당하는 정부기관이 이 같은 사실을 몰라서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는 현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역시 파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사정기관의 고위 관계자는 25일 “안 전장관의 병역비리 연루 혐의 사실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도 병역비리 사건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검찰이 안 전장관 아들의 문제를 조사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같은 사실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 인사검증 담당 기관에 사전 통보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안 전장관의 임명은 워낙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인사 검증과정에서 검찰 등 사정기관과 유기적 협조가 이뤄질 충분한 시간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이는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과 이를 담당하고 있는 기관들 사이에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거나 가동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진상 파악과 함께 책임 규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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