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헤드, 스매싱 펌킨스, 너바나가 경의를 표하고 전 세계 음악 마니아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밴드가 있다. 다름 아닌 R.E.M이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미국의 백인 노동자들의 삶을 대변하는 음악으로 가장 미국적인 록커로 기억되고 있다면, R.E.M은 미국 대학가에서 사랑받는 칼리지 록의 대부로 불린다. 81년 첫 싱글 ‘RADIO FREE EUROPE’을 발매하면서부터 시작된 R.E.M의 발자취는 미국 록의 살아있는 신화로 기억된다.
1982년 첫 미니앨범인 ‘Chronic Town’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백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고, 83년 정식 데뷔 앨범 ‘Murmur’는 당시 ‘Beat It’, ‘Billie Jean’으로 전 세계 음악 시장을 독식한 마이클 잭슨의 디스코 팝 앨범 ‘Thriller’를 제치고 롤링 스톤지가 선정한 그해 최고의 앨범으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7번째 정규 앨범 ‘Out Of Time'은 ‘시대에 뒤떨어진’ 앨범 타이틀과 어쿠스틱으로 무장된 사운드에도 불구하고 11주 빌보드 차트 정상을 달리고 있던 머라이어 캐리의 팝 앨범을 제치는 일대 파란으로 미국 음악계의 위대한 역설로 표현되기도 했다.
이런 대중성이나 예술적 독창성과 함께 R.E.M이 칼리지 록의 대부이자 신화로 기억되는 또 다른 이유는 신념을 고수하고 끊임없이 변모하는 음악적인 자세이다. 초기 앨범인 ‘Murmur’, ‘Fables of Reconstruction, Life's Rich’, ‘Document’등을 통해 선보여온 미국 보수주의에 대한 실랄한 비판은 88년 대통령 선거일에 맞춰 발매된 ‘Green' 앨범을 통해 정점에 오른다. 베트남 전의 고엽제 사용을 비난한 ‘Orange Crush’나 나는 세계의 지도자로 말하는 ‘World Leader Pretend’등의 곡은 이를 반증한다. 이후 음악적인 과도기로 지목되는 ‘Out Of Time’ 앨범의 수록곡인 ‘Losing My Religion', ‘Everybody Hurts'에서 보여주듯 R.E.M은 죽음, 소외, 상실감을 주제로 희망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본연의 고뇌를 노래하고 있다.
대학교의 구내식당을 빌려 연주하는 ‘거러지 밴드’에서 ‘미국 최고의 밴드'로 우뚝 선 칼리지 록의 대부 R.E.M이 3년만의 오랜 침묵을 깨고 얼마 전 발매된 'Reveal' 앨범 역시 출구 없는 삶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보컬 마이클 스타이프의 시점에서 읊어 내려가는 송가들은 삶의 격정보다는 'All that Way To Reno'의 가사에서 보듯 ‘당신은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나는 사라지고 있다고 말하는 ‘Disappear'등의 곡에서 볼 수 있듯이 실존에 대한 물음으로 채워져 있다.
R.E.M 음악의 전성기로 평가되는 앨범 ‘Out Of Time’. 'Automatic For The People'에서 들려주었던 화성, 풍부한 멜로디에 담긴 자아 찾기는 새 천년에도 계속될 R.E.M의 신화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류형근 <동아닷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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