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인경석/국민연금 고갈 우려없다

  • 입력 2001년 5월 28일 18시 31분


최근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자 유사한 사회보장제도인 국민연금 재정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의 국민연금관리공단 지점에는 하루 500건 정도의 전화문의가 들어오고 있으며 홈페이지에는 매일 1만5000∼1만7000건의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국민연금 재정은 건강보험과 사정이 전혀 다르다.

국민연금은 재원 마련방식으로 수정적립방식을 택하고 있다. 수정적립방식이란 보험료 등으로 사전에 적립금을 마련하되 보험료율을 제도시행 초기에는 낮게 하고 이후 경제적 여건, 연금재정 상황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높여 가는 방식이다. 이는 인구구조의 노령화에 대비해 비교적 많은 금액의 적립금을 보유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대부분의 선진국 공적연금제도는 이 방식으로 시작하였다.

예를 들어 1999년 의무적으로 가입한 도시자영자의 경우 보험료율은 첫 해에 3%로 시작해 매년 1%씩 높아지며 2005년에 9%가 되고 2009년까지 9%를 유지한다.

그러나 노인인구가 크게 늘어나 연금지출이 본격화되는 2030년대 이후를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 2003년부터 재정계산제도를 실시토록 제도화했다. 5년마다 연금재정에 대한 장기전망을 하고 이를 기초로 보험료율 조정계획을 밝혀 국민의 동의를 받도록 한 것이다. 국민연금재정의 장기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 9%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향후에는 점차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이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면 2050년대 이후에도 연금재정이 고갈되지 않고 건실하게 유지될 수 있다.

초기 가입자의 보험료율을 9% 이하로 낮추어 준 것은 2009년까지의 한시적 조치로 보아야 한다. 이는 제도의 순조로운 도입과 정착을 위한 측면과 함께 초기 가입자들은 대부분 가정에서 노인을 부양하면서 스스로의 노후도 대비해야 하는 이중적 부담을 가지고 있음을 고려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초기 가입자가 적게 부담하는 부분을 잠재적 부채로 간주해 재정고갈을 우려하고 있으나 이는 국민연금의 재정구조를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잠재적 부채는 본인이 낸 액수를 본인이 타는 완전적립방식을 전제로 하는 민간보험에서 재정이 파산하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하여 산정한다. 그러나 공적연금제도는 가입자가 계속 유입되는 영속적인 제도인 데다 소요되는 재정의 일부를 후세대가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잠재적 부채 개념은 의미가 없다.

결론적으로 국민연금은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해 수정적립방식을 택함으로써 큰 규모의 적립금을 보유하기 때문에 연금재정 운영에 비교적 유리하다.

적립된 기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경제규모 및 국민부담능력 등을 고려하여 재정계산제도를 적절히 운영해 나가면 장기적으로 재정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인 경 석(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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