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대근/불로장생의 꿈

  • 입력 2001년 5월 28일 18시 33분


인간은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한다.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한 인류의 도전은 끝이 없다. 중국 진(秦)나라의 시황제가 병사를 풀어 불로초(不老草)를 찾았던 무병장수(無病長壽)의 염원이 오늘날의 생명공학으로 이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노력의 결과 인간의 평균수명은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올 2월 인간의 유전정보를 분석한 게놈 지도가 발표된 뒤 많은 전문가들은 “앞으로 50년 안에 인간의 평균수명이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최근 잇따라 ‘복음(福音)’이 들려온다. 이달 11일 미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승인을 받은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뛰어난 효능이 순식간에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암정복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지고 있다. 스위스 노바티스사가 개발한 이 약은 우리나라의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시험투약에서도 놀랄 만한 효과가 나타났다는 보도다. 그런가 하면 얼마전 서울대의대 박상철(朴相哲)교수팀은 세계 최초로 노화(老化)세포를 다시 젊게 만들 수 있는 생화학적 단서를 찾아냈다고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제 고령화 사회는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평균수명이 남자 70.6세, 여자 78.1세로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이 전국민의 7.4%로 이런 추세라면 2032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이른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리라는 분석이다. 초고령 사회가 되면 노인도 ‘젊은 노인’ ‘중년 노인’ ‘장년(長年)노인’으로 구분하고 그에 따른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평균수명 100세 시대에 대한 대비가 전무한 실정이다. 일본의 경우 20여년 전부터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왔고 그에 따라 60세 이상 노인만 채용하는 회사도 생겨났을 정도지만 우리는 사회적으로 정년 퇴직이후의 설계가 불가능한 형편이다. 바야흐로 불로장생(不老長生)의 꿈이 실현되고 있지만 이것이 오히려 불행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송대근논설위원>dk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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