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와 여성단체는 배아도 생명이므로 존엄성을 인정해 연구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일국의 폐쇄주의적 입장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는 배아세포 연구가 유전질환 등 의료 목적에서 허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배아도 중요하지만 완성된 인격체인 인간은 더욱 존중되고 보호해야 한다. 우리 주위의 난치병 환자들의 존엄성은 배아의 존엄성보다 더욱 배려되어야 할 것이다. 공청회장에서 “이제 국내에선 치료를 못 받을 것 같다. 당신 가족 중에 환자가 있다고 생각하면 연구 자체를 막을 수 있겠는가”라고 울부짖던 환자의 절규가 아직도 들리는 것 같다. 그런데도 연구 금지론자들은 더 엄격한 규제를 주장했다.
배아 연구제한에 앞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낙태 문제만 둘러봐도 연구 금지론자의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 불법 낙태는 강력한 실정법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은 법을 만든다고 완벽하게 지켜지지 않는다. 배아연구의 허용 또는 불허의 문제는 연구 금지론자의 도덕과 윤리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이다.
연구 금지론자들의 완고한 주장은 오히려 이제 막 태동한 생명공학의 뿌리를 잘라 한국 산업의 대외 종속성을 강화할 수도 있다.
강 윤 석(가명·서울 성동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