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의 성명파동 수습을 위해 부심하고 있는 여권 핵심관계자들은 요즘 이런 말로 곧잘 답답함을 토로한다. 뭔가 소리는 요란한데, 정작 뭘 요구하는지를 알 수 없어 대책 마련이 난감하다는 것이다. 이번 파동을 한 발 비켜서서 바라보고 있는 민주당 당직자들 중에도 “‘정풍(整風)’의 취지는 좋은 것 같은데 뭘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 가운데 정풍운동의 핵심인물로 부상한 정동영(鄭東泳) 최고위원이 27일 밤 최고위원간담회에서 ‘최고위원 사퇴론’은 주장한 것은 그나마 소장파 의원들의 전술적 목표를 조금은 분명하게 드러내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고위원 사퇴는 곧 전당대회의 조기소집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조기소집은 현재의 당정구도를 완전히 바꿔보려는 구상과 관계가 있다. 동교동계가 장악하고 있는 청와대로부터 민주당을 분리하는 것이 이같은 구상의 핵심이다. 소장파 의원들 중 일부는 ‘대표 직선제’까지 요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이것만 성사되면 당의 중심축이 완전히 개혁세력으로 옮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안동수(安東洙) 전 법무부장관 인선파동과 사실상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데도 김중권(金重權) 대표까지 포함한 당 쇄신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정 최고위원의 ‘최고위원 동반사퇴론’을 전해 듣고 “올 것이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소장파 의원들이 표면적으로는 청와대에 포진한 동교동계 구주류를 겨냥하면서도 당권 장악에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것은 청와대 참모들에 대한 지나친 공세는 자칫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도전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도 소장파 의원들이 동교동계 구주류를 다시 타깃으로 삼은 것은 명분 축적을 위한 의미도 있는 것 같다.
소장파 의원들은 나아가 내년 대선국면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이들은 동교동계가 또다시 당권을 장악하거나, 동교동계가 미는 인사가 당의 대선후보가 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국정 난맥의 책임을 동교동계에 지우면서, 조기에 동교동계를 무력화해야 한다는 게 소장파 의원들의 속내이기도 하다.
사실 소장파 의원들의 움직임이 모호한 것처럼 비쳐지는 것도 이같은 복잡한 속내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민주당 내분이 그렇게 간단히 수습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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