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시대 안바뀐 의식▼
그러나 한국민이 단일민족이다 보니, 이상한 것, 재미있는 것, 흥미로운 것이 동일하여, 아직도 외국인의 모습은 흥미로운 구경거리이다. 자신의 감정을 속이지 못하는 한국인들은 외국인이 한국어를 아는지 모르는지 생각해 보지도 않고 야 저 깜둥이 좀 봐 야 저 코쟁이 좀 봐 라고 손가락질을 한다.
여유가 생긴 많은 한국인들이 해외여행을 떠난다. 그들은 세계적 명소인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이나 하와이 해변가, 나이아가라 폭포, 호주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파리의 에펠탑 등을 점찍어 방문하고, 그 다음은 값싼 골프투어 등 동남아의 휴양지로 몰려간다. 여행자면 누구나 볼거리가 있는 곳, 기분 나쁘지 않게 잘 놀다 올 수 있는 곳을 찾는다. 그곳에서 무수한 외국인들이 자신을 손가락질하면서 구경한다면 한국인도 그곳에 갈 맛이 나겠는가?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지로 선택하려면 우선 한국에서 즐겁게 놀다 갈 수 있는지, 값이 저렴하여 걱정없이 사고 싶은 것을 사고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는 곳인지를 볼 것이다. 그리고 이것만은 꼭 보고 오겠다는 명소를 한두 군데 반드시 찍을 것이다. 한국은 호텔 값이 여느 선진국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음식값도 비싸 동남아에 비교할 수도 없다. 값이 싸지 않지만 비싸더라도 꼭 보겠다는 볼거리도 별로 없고, 비싸더라도 즐겁고 여유롭게 구경하다가 올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한국에서 즐겁고 여유롭게 지내다 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언어의 장벽에 힘들어 한다. 특히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한국을 구경하러 온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구경당하고 간다는 기분이 든다는 사실이다.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적나라하게 손가락질까지 하면서 관광객을 구경하는데, 혼자 구경하기가 아까워 지나가는 사람들까지 세워서 구경을 한다. 아무리 한국말을 못해도 자신이 구경당하고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눈치채게 마련이다.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구경하러 오는 사람을 구경하지 말고 구경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
한국에도 볼거리가 많은데, 중국 자금성에 비하면 고궁은 웅장한 맛에서는 떨어지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있고,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찾을 수 없는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이 있고, 외국인의 체험관광 코스로 그만인 사찰탐방도 있고,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내림굿 씻김굿 제석굿이 있다. 국립극장에서는 매주 또는 매일 정기공연이 있어서 한국오페라와 한국연극을 맛볼 수 있게 하고, 일본의 스모처럼 좀더 멋진 옷차림에 멋진 연기를 곁들여 관광객을 의식한 정기 씨름경기를 꾸며보면 어떨까?
한가지 명심할 것이 있다. 선진 관광대국에서는 매년 같은 기간, 같은 시각에 공연을 하여, 10년전 브로슈어를 보고 찾아와도 똑같은 공연이나 행사가 있어 관광객이 실망하지 않는다. 영국의 에딘버러 페스티벌이 그렇고 왕실 근위병 교대식이 그렇다.
▼정기공연으로 관광객 유치를▼
한국도 관광상품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매년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행사를 하면 관광객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성공할 것이 틀림없다. 가령 '머드팩' 이나 황소싸움 행사를 매년 일정 기간 동안 한다고 홍보하고 100년이 지나도 같은 날, 같은 시각에 행사가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어야 한다. 관광상품처럼 신의를 필요로 하는 것도 없다.
▼약력▼
1948년 미국에서 출생한 뒤 메릴랜드대와 미시건대에서 각각 역사학과 사회과학을 전공하고, 오하이오대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6년 춘천에서 대학 영어강사를 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은 뒤 서울 용산에 있는 세인트루이스 고등학교 교사, LA 메트로폴리탄 칼리지, 연세대에서 강사로 활동했다. 고려대에서 9년간 영문과 부교수로 근무한 뒤 1992년부터 명지대 영어영문학과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전세계 130여개국을 돌아다니며 배낭여행을 한 경력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