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 이 대학이 물리학과를 만들면서 초빙교수로 온 문교수는 학생들에게 매우 엄격한 스승이었다. 제자로 처음 맞이한 85학번 학생들이 당시 민주화운동을 하느라 시험을 치르지 못했을 때에도 "학생의 본분은 엄연히 공부"라며 망설임 없이 F학점을 줬다.
40명의 제자 중에 7명이 전공필수였던 문교수 과목에서 학점을 얻지 못했다. 학부모들은 그의 처분이 너무 심하다며 항의했지만 문교수는 자신의 원칙을 꺾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환갑을 맞으면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문교수는 자신 때문에 졸업을 못하게 된 학생들이 머리를 맴돌았다. 자신의 원칙이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어쨌든 자신 때문에 탈락한 학생들의 문제를 자신이 풀어야 겠다고 결심했다. 학교측도 올 5월까지만 등록한다면 재입학 기회를 줄 수 있다고 교칙을 수정했다.
문교수는 졸업을 하지못한 7명 중 특히 87년 물리학과에 편입한 뒤 수업을 따라오기 힘들어하던 두 여학생이 생각났다. 한 학기를 더 다니며 재수강 했지만 끝내 학점을 따는데 실패했기에 미안한 마음이 더했다.
이들이 사는 곳을 알아내기 위해 문교수는 경찰서를 서너 차례 찾았고 헤어진 사람을 찾아주는 인터넷 사이트에 제자를 찾는다 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스승의 날인 지난 15일 드디어 두 제자와 연락이 닿았다.
그러나 문교수의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한 학생은 학교를 방문해 "찾아주셔서 고맙다"며 다시 등록할 뜻을 밝혔지만 다른 한 학생과는 직접 통화도 못한 채 "선생님 때문에 내 딸이 심한 고통을 받았다"는 어머니의 울음 섞인 원망만 들어야 했다.
문교수는 스승의 날에 제자들이 선물과 케이크를 사들고 왔지만 "받을 자격이 없다"며 돌려보냈다. 한 제자의 고통이 고스란히 자신의 고통으로 와 닿았기 때문이었다. 문교수는 신문에 보도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라며 끝내 사진촬영을 거부했다.
<민동용기자>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