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송상근/'몸통'은 왜 말이 없나

  • 입력 2001년 5월 29일 19시 16분


보건복지부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가 나오자 공무원들 사이에 불만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복지부는 물론 다른 부처에서도 “정책 시행에 노력한 사람을 문책한다면 누가 소신껏 일하겠느냐”며 징계 수위가 너무 높다는 반응들이다.

그러나 독자들이 보낸 e메일과 청와대, 감사원, 복지부의 인터넷 사이트를 보면 “장관 해임으로 모든 것을 마무리짓는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 “공무원은 너무 자기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의약분업 시행 과정에서 국민이 겪은 불편을 감안하면 복지부 공무원들이 “왜 우리만 징계하느냐”고 항의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감사원에 불만이 있을지라도 국민에게는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얘기다.

한 공무원은 정책을 구상하고 추진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던 고위층이 ‘내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데 문제의 본질이 있다고 말했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비롯해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 김중권(金重權)민주당대표 중 누구도 국민에게 진지하게 사과하고 이해를 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당은 김영삼(金泳三)정부가 마련한 단계적 분업안을 제쳐놓고 전면 분업에 시동을 걸었다. 김대통령은 지난해 7월 “정부가 집단행동에 밀려서는 안되며 분업은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총리는 지난해 8월 “분업을 진두지휘하겠다. 내가 팀장이라는 생각으로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다.

기자는 95년 말 교통문제 취재차 일본에 갔을 때 당시 무라야마 총리가 국회에서 “교통사고 피해가 늘어나는데 대해 ‘통석의 염’을 금할 수 없다”는 특별 담화문을 발표하며 머리 숙여 사과하던 모습을 TV로 보았다.

“최고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감사원을 동원했다” “감사가 ‘깃털’만 건드렸다”는 소리가 더 나오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몸통’이 머리를 숙여야 하지 않을까.

송상근<이슈부>songm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