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alley리포트]무선 인터넷 커피방, 기술-문화가 '오손도손'

  • 입력 2001년 5월 29일 19시 21분


1995년만 해도 미국의 커피가게는 커피를 기계로 갈아 파는 상점에 불과했다. 그런데 인터넷이 폭넓게 대중화된 96년 이후 스터벅스 커피점은 만남과 교제의 문화공간으로 바뀌었다.

굴뚝기업 스터벅스사가 서비스 개념의 변화를 통해 얻은 성과는 실로 대단하다. 1990년까지 84개이던 커피점수는, 1995년에 676개, 2001년 4월 현재 전세계적으로 4,200개를 넘어섰다. 그 성장속도는 같은 시기의 인터넷 확산속도를 닯았다.

이런 스터벅스 커피점이 요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5월 1일까지 스터벅스, 마이크로소프트(MS), 컴팩, 모빌스타사간에 체결된 일련의 전략적 제휴가 그것. 바로 무선 LAN기술을 이용해 미국 전역에 퍼져 있는 약 3500여개의 스터벅스 커피체인점을 고속의 무선인터넷 접속기지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계획은 참여기업에 큰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스터벅스사의 입장에서는 보다 많은 손님을 체인점으로 끌어 들일 수 있다. 그리고, 컴팩, MS, 모빌스타의 입장에서는 모바일 PC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의 판매증대와 함께 무선인터넷 접속 및 컨텐트시장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이 사업에 대한 평가는 아직 엇갈린다. 벤처캐피털 분석가인 크리스 쉐입은 이렇게 말했다. 과연 사람들이 이 서비스에 대해 얼마나 지불할지 의심스럽다. 또한 경쟁이 급격히 심해질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회의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샌프란시스코의 모빌스타사와 텍사스 오스틴의 웨이포트는 작년에 이미 3800만달러, 7000만달러의 벤처자금을 유치했다.

인터넷까페는 90년대 중반 한국에서 유행했었다. 인터넷 까페는 게임방으로 모습을 바꾸면서 급속히 확산되었다. 한국의 게임방은 성공적인 고속인터넷 접속창구이면서 젊은 이들의 문화공간으로까지 자리잡았다.

고속인터넷이 게임문화와 만나서 한국의 게임방을 만들어 냈듯이, 고속의 무선LAN기술이 이곳 커피점 문화와 만나 어떤 서비스를 창출할지 궁금하다. 고급커피의 감칠맛은 섬세한 블랜딩(blending)기술에서 나온다. 기술과 문화의 절묘한 배합은 차세대 비즈니스의 모습일 것이다.

장석권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미국 스탠퍼드대 교환교수)changsg@stanford.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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