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이 어느날 밤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나폴레옹을 격퇴한 장군이 애꾸눈 아니었나?' 푸틴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옐친이 다시 물었다. '나폴레옹 함대를 격퇴한 영국의 제독도 애꾸눈 아니었나?' '넬슨 제독말이죠. 애꾸눈 맞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그러세요?' 푸틴이 궁금해서 물었다. 옐친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걱정일세, 왜 라두예프(러시아와 싸우고 있는 체첸반군 지도자)에게 부상을 입혀 애꾸눈을 만들었나?'"
푸틴 대통령을 소재로 한 러시아의 유머다. 이런 유머는 몇 년 전만해도 입 밖에 내기조차 힘들었다. 그런데 최근 러시아에서 이같은 유머가 책으로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시 의원인 드미트리 페레뱌즈킨은 그동안 시중과 인터넷 등에 떠돌던 대통령에 관한 유머 180여편을 모아 '푸틴에 대한 일화'란 책을 펴냈다. 크렘린궁 관계자는 책에 대해 "그는 평소 유머를 좋아해 책을 냈을 뿐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유머 중엔 권력자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과 관료주의를 풍자한 것도 있다.
"푸틴 대통령이 바깥나들이를 할 때마다 교통을 통제하는 바람에 모스크바 시민의 불만이 대단했다. 어느날 푸틴이 '국민에게 더 이상 불편을 끼치지 않기 위해 앞으로 지하철을 이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음날 아침, 많은 시민이 지하철역에 도착했을 때 다음과 같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앞으로 일반인은 지하철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기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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