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국문학과 임기중 교수는 최근 순암 오재순(醇庵 吳載純·1727∼1792)의 ‘항해조천도발(航海朝天圖跋)’과 번암 채제공(樊巖 蔡濟恭·1720∼1799)의 ‘제이죽천항해승람도후(題李竹泉航海勝覽圖後)’가 이 도첩을 보고 쓴 것임을 확인하고 이같이 주장했다. 그 동안 관동대 박태근(朴泰根) 객원교수 등이 이 화첩을 이덕형 일행의 1624년 중국행을 그린 것으로 추정해 오긴 했으나 그 근거가 명확치 않아 학계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임 교수는 이덕형의 중국 방문을 그린 ‘항해조천도’를 보고 썼다는 오재순과 채제공의 글 내용을 근거로, 국립중앙도서관에 있는 이 도첩의 표지와 ‘연행도폭’이란 명칭이 후대에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또한 임 교수는 이 도첩의 그림들이 서장관으로 이덕형과 동행했던 홍익한(洪翼漢)이 쓴 ‘조천항해록(朝天航海錄)’의 내용과 일치하는 점에 주목했다. 예컨대 배 위에서 바람이 거세게 부는 것을 용이 솟아오르는 것으로 묘사한 구절과 실제로 물결 위로 용의 모습을 그린 도첩의 그림이 일치하며, 장원급제한 사람의 화려한 행차 장면을 글에서 묘사한 구절 등도 그림에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임 교수는 이 도첩이 바로 “홍익한의 배에 탔던 화원(畵員)이 그린 홍익한 소장본”이라고 주장했다. 임교수는 이 내용을 국어국문학회 주최로 6월1∼2일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리는 ‘다문화 시대의 국어국문학 연구’ 학술대회에서 발표한다. 02―579―7794
<김형찬기자>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