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흰색과 회색, 또는 노랑과 빨강 등 두 가지 대비되는 색채의 대리석들을 나무판처럼 자르고 이를 다시 띠 모양으로 켜켜이 쌓아올려 다양한 형태의 기하학적 작품들을 만들어 낸다. ‘무한 기둥’이라는 제목의 그의 작품들은 공이나 원기둥 등 단순한 형태가 반복돼 나가면서 무한히 뻗어 올라갈 수 있는 수직의 기둥을 구축하고 있다.
과거 그리스의 어느 신전을 굳건히 떠받들고 있던 기둥의 한 부분을 연상시키는 원기둥 작품은 질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불안과 부조화를 형상화한다. 특히 대리석의 매끄럽고 부드러운 표면과 깨뜨려지고 갈라진 부분의 거친 면은 사랑과 증오, 기쁨과 슬픔 등 인간의 이중적인 감정이나 내면을 대비시켜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박여숙화랑에서는 최근작을, 노화랑에서는 초창기 작품을 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회는 4년만에 갖는 한국에서의 두 번째 개인전. 작가는 바젤 쾰른 등의 아트페어를 통해 유럽에서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