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부동산에 돈 밀물…잇단 부챵책-저금리 영향

  • 입력 2001년 5월 30일 18시 30분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는 게 눈에 보입니다.”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짓는 주상복합아파트 ‘미켈란107’ 분양 책임자인 디엔에스 김원태 팀장은 모델하우스에 몰려든 인파 속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개 청약으로 공급한 물량은 고작 32가구. 여기에 7136명의 청약자가 몰려 223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33평형 D타입은 3가구 공급에 3048명이 몰려 경쟁률은 무려 381 대 1. 25일 선착순 분양 때는 5분 만에 공급이 끝났다. 이 아파트의 총 분양금액은 200억원 남짓이지만 청약금으로만 713억원이 들어왔다.

여의도에 분양 중인 주상복합 ‘금호 리첸시아’도 비슷한 상태다. 1억원에 가까운 현찰을 한꺼번에 내는 고객도 적지 않다. 강준혁 분양소장은 “공개추첨을 통해 분양할 아파트의 경우 청약금만 2000만원인데 4, 5채를 신청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한 중개업자는 “수억원씩을 갖고 다니면서 웃돈이 붙을 만한 아파트 청약현장을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주상복합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에 돈이 몰려들고 있다. 올초 성남시 분당 주상복합 ‘파크뷰’에서 불기 시작한 ‘돈 바람’이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종로구 내수동 ‘경희궁의 아침’, 미켈란107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이들의 분양금을 합치면 무려 2조원. 두 달새 단 4곳에서만 2조원 어치가 팔려나간 셈이다.

주상복합뿐만 아니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 오피스텔, 경매 등에도 빠르게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강남구 대치동 주공 고층 34평형은 최근 한달 새 5000만원이나 올랐다. 난개발의 직격탄을 맞았던 경기 용인 분양시장마저 회복 조짐을 보이고 경매시장에서는 연일 수십대 1의 낙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저금리추세가 지속할 전망인데다 하반기 경기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심리가 퍼지고 있기 때문. 여기다 내년 대선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을 앞두고 정부 여당이 앞다퉈 주택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는 것도 시중자금의 부동산 시장 유입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리얼티코리아 송영민 사장은 “올초까지 저금리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부동산 시장을 기웃거릴 뿐 실제 투자는 적었다”며 “5월 들어 본격적으로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 유입이 지속될지에 대해선 ‘일부 지역의 반짝 경기’라는 분석과 ‘대세 상승기’라는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서울 수도권에서는 부동산에 꾸준히 돈이 몰릴 것이란 데 이견이 거의 없다.

부동산 활황을 점치는 전문가들은 투자 대상의 확산에 주목하고 있다. 올 초까지 투자 자금은 단기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상복합에 주로 집중됐다. 최근 재건축 대상 아파트나 서울 강남권 기존 아파트, 상가 등에 중장기 투자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결국 부동산 투자 바람은 실물경기에 달렸다”며 “하반기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면 부동산에 대한 자금 유입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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