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감각 둔화돼〓자세를 잡거나 운동을 할 때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귀 안쪽(內耳)에 있는 반고리관 덕택. 멀미를 할 때나 술에 취하면 반고리관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해 비틀거리게 된다. 이밖에 근육과 힘줄, 관절과 피부의 통각세포도 몸의 움직임을 인식한다.
이 기관들은 지구의 중력이 맞게 적응돼 있어 갑자기 중력이 줄어들면 받아들이는 감각 신호들 또한 달라진다. 그 결과 뇌에서 지시를 내려도 얼마만큼 움직여야할지 알지 못하고 심하면 좌우가 뒤바뀌는 듯한 환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허리 줄고 얼굴 커져〓지구에서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혈압이 다르다. 보통 머리의 혈압은 약 70㎜Hg. 심장은 약 100㎜Hg 그리고 다리는 심장의 두배인 약 200㎜Hg다. 그러나 우주에서는 아래로 당기는 중력이 없기 때문에 몸 안의 혈액이 균등하게 분포하게 돼 혈압이 모두 약 100㎜Hg로 유지된다. 머리의 혈압이 높아짐에 따라 얼굴은 부풀어오르며 허리의 혈액이 가슴으로 이동함에 따라 허리둘레가 약 6∼10㎝ 줄어든다. 양쪽 다리의 혈액도 각각 1/10 정도인 1ℓ가 줄어든다고 한다.
혈액이 상체로 몰리게 되면 심장은 과다한 혈액을 오줌으로 배출하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콩팥의 혈액이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압력이 줄기 때문에 실제 오줌양은 오히려 20%에서 많게는 70% 줄어든다.
▽키 커지나 뼈 근육 약해져〓우주에서는 척추가 중력을 받지 못해 5㎝정도 키가 커진다. 반면 뼈 속의 칼슘은 한달 평균 1% 줄어든다. 뼈에서 줄어든 칼슘이 신체의 다른 곳으로 퍼져나가면 콩팥 결석과 피부의 각질화를 일으킬 수 있다. 또 과학자들은 지구에 돌아온 우주비행사들의 뼈가 잘 부러지는 것도 칼슘이 빠져나갔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력을 받지 못한 근육에서는 단백질도 빠져나간다.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미르에 탑승했던 우주인들은 1년 뒤 약 20%의 근육 단백질이 감소했다고 한다. 단백질 감소는 수축속도가 느린 지근과 접혀진 관절을 펼 때 사용하는 신근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밧줄 매고 달리는 러닝머신〓우주인들은 뼈와 근육의 손상을 막기 위해 정기적인 운동을 한다. 이 때 중력과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아래로 당기는 번지점프용 밧줄을 몸에 매달고 러닝머신 위를 달린다.
그러나 이러한 러닝머신은 1996년 188일 동안 미르에 탑승했던 미국의 새넌 루시드가 “미르에서 가장 불편했던 것은 밧줄을 매고 러닝머신을 달린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매우 불편한 장치다.
최근 이 장치를 한국인 대학원생이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분교의 장영희씨는 화성의 중력 정도에서 체중의 20%에 해당하는 힘으로 앞으로 당기면 아래로 당기는 줄이 없어도 지구에서 달릴 때와 같은 운동효과를 낸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생체역학지’ 5월호에 게재됐다.
우주에서 인간이 겪는 신체변화에 대한 책을 준비중인 이대택 박사(한국체육과학연구원)는 “무조건 달리는 것보다는 특정 근육 부위에 특정 부하를 주는 운동이 우주에서는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이영완 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우주에서 신체는 어떻게 반응할까
머리〓전정기관의 혼란으로 방향감각 상실
얼굴〓얼굴이 부풀어오르고 목 정맥이 불거진다.
허리 둘레〓6∼10㎝ 줄어든다.
척추〓키가 5㎝가량 커진다.
콩팥〓신장결석 가능성. 오줌량 감소.
뼈〓한 달만에 질량 1% 감소.
근육〓중력을 받지 못해 퇴화.
다리〓체액이 줄어 움츠러든다.
온몸〓우주방사선에 노출돼 암 유발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