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하우스는 로봇이 장애인이나 환자들을 보살피고 대신 일을 하는 장애인들의 천국. 환자의 기분을 풀어주는 ‘DJ 로봇’을 비롯해, 간호로봇, 이동 도우미 로봇, 건장한 팔을 가진 휠체어 로봇과 침대 로봇, 시각장애인용 지팡이 로봇 등이 로봇하우스 안에서 장애인을 위해 봉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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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원(KAIST) 복지로봇연구센터 변증남 소장은 로봇 하우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최근 TV 방송을 애니메이션 수화로 통역해 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변 소장은 10월까지 침대 로봇, 휠체어 로봇, 간호 로봇 등 다양한 복지 로봇을 개발해 ‘로봇 하우스’의 골격을 완성할 계획이다. 로봇 하우스는 2004년부터 상용화될 예정이다.
‘수화 통역 시스템’은 TV의 한글 자막을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수화로 번역해 주는 프로그램. 예를 들어 ‘뽀뽀뽀’나 ‘TV유치원’같은 어린이 프로그램을 청각장애 아동들이 보면서 함께 춤추며 즐길 수 있다.
변증남 교수는 “태어날 때부터 들을 수 없거나 어렸을 때 청각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TV의 한글 자막을 1/4 정도밖에 이해할 수 없다”며 “이들에게 글자보다 수화가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애니메이션 수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센터는 연구비를 후원한 삼성전자와 함께 6월 중순부터 이 프로그램을 청각장애인 학교나 단체, 어린이박물관 등에 공급할 계획이다. 컴퓨터와 TV수신카드, 한글자막기 등만 있으면 컴퓨터 모니터에서 TV방송을 수화로 볼 수 있다.
또 연구센터는 사람의 감정에 맞춰 행동하는 쌍방향 로봇인 ‘DJ 로봇’도 개발했다. ‘베키’라는 이름의 이 로봇은 다정한 인사말을 건네 환자의 반응이나 표정에 따라 기분이 나쁜지 좋은지 판단한다. 환자가 로봇을 때리면 화가 났다고 생각해 감정을 풀어주는 음악을 틀어주고, 거꾸로 로봇을 쓰다듬으면 좋은 감정에 맞는 음악을 골라준다. 온도와 습도 등에 따라 환자의 불쾌지수까지 감안할 수 있다.
특히 이 로봇은 학습 기능을 갖추고 있다. 슬프다고 매일 같은 음악만 트는 것이 아니라, 주인의 음악 취향이 바뀌면 로봇도 재빨리 음악을 바꾼다.
이밖에도 연구센터는 곧 침대로봇, 간호로봇, 손짓 리모콘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침대 로봇은 침대의 모양이 변하거나 의자처럼 접혀서 장애인들이 편하게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는 지능형 침대. 침대 옆에는 로봇팔이 달려 있어 물컵 등 원하는 물건을 가져오거나 면도를 해주는 등 13가지 작업을 할 수 있다.
손을 쓰지 못하는 장애인도 눈으로 모니터의 메뉴만 보면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실제로 팔을 움직이지 않더라도 팔의 근육 신호나 어깨를 들썩거려 로봇팔을 작동할 수 있다. 손짓 리모콘(스마트 리모콘)을 이용하면 손짓만으로도 전등을 켜고 끄거나, TV의 채널을 돌릴 수 있다.
변증남 소장은 “로봇 하우스는 홈로봇,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 환자의 행동 인식 시스템이 결합한 인텔리전트 하우스”라며 “환자를 돕는 것은 물론 환자의 상태를 수시로 병원에 알려 만약의 사태를 미리 막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상연동아사이언스기자>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