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시즌을 겨냥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가운데 ‘센 놈’으로 소문난 ‘미이라 2’가 정체를 드러냈다. 원제는 ‘The Mummy Returns’.
99년 개봉된 전편은 서울 관객기준으로 110만 명을 기록했고 속편은 지난 5월 미국에서 개봉돼 6800만 달러(약 884억원)로 전미 개봉 첫 주말 역대 흥행 순위에서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쥬라기 공원3-잃어버린 세계’)
‘미이라 2’는 그냥 돌아오지 않았다. 마치 화면의 구석구석을 볼거리로 무장한 ‘흥행의 터미네이터’처럼 강해졌다.
전편의 흥행 포인트는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특수효과를 바탕으로 공포, 액션, 어드벤처, 멜로, 전설이 적당히 섞인 ‘황금 칵테일’이었다. 이번에는 이런 ‘기본 메뉴’에 웃음까지 얹어 ‘형 만한 아우가 없다’는 속설을 뒤집어 버렸다.
전편의 ‘후광’을 철저하게 이용하려는 계산은 스태프와 캐스팅 등 여러 면에서 역력하게 드러난다. ‘딥 라이징’ ‘미이라’로 어드벤처 블록버스터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준 여성 감독 스테판 소머즈가 전편에 이어 연출을 맡았다. 또 전편의 남녀 주인공과 고대 이집트 마법사 이모텝역, 심지어 낯익은 조역까지 그대로 캐스팅됐다.
작품은 이집트의 어두컴컴한 무덤에서 시작된다. 9년 전 미이라 상태에서 부활한 이모텝(아널드 보슬루)과 싸우느라 사지에 몰렸던 릭(브렌든 프레이저)과 에블린(레이첼 와이즈)은 이 사건 뒤 결혼해 8살짜리 아들을 두고 있다.
이들 부부는 에블린의 생생한 환영을 따라 수천 년 전 세계를 정복했던 스콜피언 킹(드웨인 존슨)의 팔찌가 있는 무덤을 발굴한다. 이 사이, 추종자들에 의해 부활한 이모텝은 비슷한 처지의 스콜피언 킹을 죽이고 그의 군대를 차지해 자신이 정복자가 되겠다는 야심을 꿈꾼다.
여기에서 기존의 것에 양념을 약간 얹는 소머즈 감독의 ‘플러스 알파(+α)’ 전략이 빛을 발한다. 전편에서 ‘얼굴이 팔려’ 더 이상 무섭지 않게 된 이모텝의 처지를 감안해 스콜피언 킹의 존재를 통해 긴장감을 유지한다.
또 이모텝이 사랑한 애인 아낙수나문(파트리샤 벨라즈퀘즈)에게 마지막 순간 이모텝의 곤경을 외면하게 만드는 철저한 악역을 맡긴다.
영화는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두뇌게임 방식이 아닌, 다음 대사는 무엇이고 어떤 장면일지 예측할 수 있는 순서로 펼쳐진다. 그럼에도 한번 타면 끝날 때까지 내릴 수 없는 롤러코스터처럼 관객들을 빨아들이는 게 이 영화다.
사람의 상반신과 전갈의 몸뚱이를 한 스콜피언 킹, 라스트신에 등장하는 오아시스의 붕괴 장면 등 작품 속에서 나타나는 컴퓨터그래픽은 전편과 비교할 때 훨씬 자주, 세련되게 노출된다.
이 작품의 또 다른 강점은 ‘진주만’ ‘D-13’ 등 할리우드의 다른 블록버스터들과 달리 정치적 논쟁이나 이념적 문제가 배제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블록버스터 제작자들에게 이 작품은 더 무섭게 느껴질지 모른다. 모든 관객 관람가. 16일 개봉.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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