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곡 ‘새’를 부른 가수 싸이(24·본명 박재상)가 31일 오전 연세대에서 특강을 가졌다. 김주환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진행하는 ‘미디어 사회 문화의 이해’ 강좌에 초청되어 대중문화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
그는 이 자리에서 방송사의 문제점과 심의 기준에 대한 ‘불만’을 거침없이 털어놓았다.
그는 “대중문화의 상업적 시스템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사람으로서 강의 초청이 고맙다. 강의보다 한 연예인의 ‘구라’(허풍)로 봐달라”며 말문을 열었다.
강의는 이 강좌를 수강중인 정하영씨(경영학과 1년)가 “뮤지션으로 쇼 프로에 나가지 않겠다고 해놓고 왜 요즘에는 시트콤 등 여러 군데에 출연하는냐”라는 질문으로 시작됐다.
잠시 허를 찔린 듯하던 싸이는 “데뷔 5, 6개월 된 신인으로 프로그램을 골라 잡는 게 어려웠다”며 “이런 형편이라면 출연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겠다고 생각을 바꾸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방송사에서 가수를 바보로 만들려면 이틀이면 충분하다”며 “가수를 재미를 위한 하나의 소품으로 여기는 방송사의 제작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싸이는 첫 음반에 수록한 20곡 중 무려 14곡이 저속하다는 이유로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그는 “젊은 사람이 젊게 들으라고 만든 젊은 음악인데 왜 아저씨들이 칼질하는지 모르겠다”며 “알 것 다 아는 청소년들의 실상과 대조해보면 무엇을 위한 심의인지 의아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날 강의는 한 시간 가량 진행됐으며 청강생을 포함해 400여명이 경청해 대중문화에 대한 대학가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강의를 듣고 난 뒤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싸이 강의에 대한 평점을 매기기도 했다.
이날 강의를 들은 장재혁(사회계열 1년)씨는 “TV에서 싸이는 가볍고 우스운 사람으로 비쳤졌는데 실제 강의를 들으니 생각이 정돈된 사람 같다”며 “이런 차이 때문에 미디어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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