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식물의 성장이 빛에 따라 달라지는 이유를 금호생명환경과학연구소 박충모(朴忠模) 박사팀이 분자 수준에서 규명해 세계 최고의 생명과학 학술지인 ‘셀(Cell)’ 최근호에 발표했다. 우리나라 사람이 국내에서 연구한 논문이 셀에 게재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박 박사는 “빛이 줄어들면 ‘Pra2’라는 신호전달 단백질이 늘어나고, 이 단백질이 성장호르몬(브라시노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많이 만들어 식물이 길게 자라도록 한다”며 “식물을 밝은 곳에서 기르면 거꾸로 성장호르몬이 줄어 짧게 자란다”고 밝혔다. Pra2 단백질이 빛을 받으면 꺼지고, 빛이 줄어들면 켜지는 일종의 ‘스위치’ 역할을 하며 식물의 성장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또 연구팀은 관련 단백질 유전자를 이용해 밝은 곳에서도 길게 자라는 식물을 만드는 데 성공해 앞으로 식물의 성장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밝은 곳에서도 콩나물을 기를 수 있게 된다.
박 박사는 “골프장의 잔디를 천천히 자라게 해 잔디 깎는 횟수를 줄인다든지, 출하 시기를 1주일 앞당긴 배추 등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키가 작은 식물이 더 건강하다는 사실을 이용하면 병충해에 강한 식물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dream@dogn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