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10월. 미국은 쿠바에 핵미사일 기지가 건설되고 있음을 포착한다. 미국을 사정권으로 한 소련제 핵미사일의 쿠바 배치는 ‘3차 세계 대전’의 방아쇠나 다름없다. 케네디 대통령(브루스 그린우드)은 즉각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한다. 참모들은 미사일로 쿠바의 기지를 공격해 부수자는 ‘매파’와 외교적 해결책을 찾자는 ‘비둘기파’로 나뉘어 팽팽히 맞서고, 소련과의 전쟁을 우려하는 케네디는 고뇌에 빠지는데….
케네디에 대한 미국인들의 변함 없는 ‘애정’을 반영하듯 이 영화에서도 케네디는 멋진 ‘평화주의자’로 그려진다. 케네디는 중국 ‘손자’의 말까지 인용하며 “전쟁은 도덕의 실험장이다. 우리는 싸우지 않고 이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영화의 재미는 당시 미 수뇌부의 고민과 갈등, 대처방법을 실감나게 엿볼 수 있는데 있다.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케네디와 쿠바 공격을 고집하며 대통령의 명령마저 임의로 바꾸는 군부와의 갈등, 케네디 형제의 언론플레이, 소련과 미국의 막판 비밀 거래까지 흥미진진한 뒷얘기들이 펼쳐진다.
그러나 3차 대전이 일어나지 않았음을 이미 알고 있는 2001년의 관객들에게 40년 전의 ‘실제 상황’은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주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 미사일 위기가 해결된 뒤 수뇌부들이 “앞으로 이런 방식을 동남아 등에도 적용해야겠어”하는 대사에서도 볼 수 있듯 초강대국 미국의 ‘시각’도 간간이 배어난다.
영화 ‘JFK’에서 케네디 대통령의 특별 보좌관이자 절친한 친구로 정치적 조언자 역할을 하는 케네스 오도넬(케빈 코스트너)은 77년 사망한 실존 인물. 코스트너의 연기도 실감나지만 케네디의 표정, 손짓까지 되살려낸 그린우드는 더 눈길을 끈다. 호주 출신 로저 도날드슨 감독은 ‘노 웨이 아웃’(87년)의 로저 도날드슨에 이어 코스트너와 또다시 손을 잡았다. 미국 언론과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으나 흥행에서는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2일 개봉.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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