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팔’ 한화 이상군(39)과 ‘팔색조’ 두산 조계현(37). 각각 천안북일고와 군산상고 시절부터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낸 이들은 한때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간판투수들이었다.
이상군은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컴퓨터 같은 제구력이 자랑거리. 한번은 유승안 전 한화코치와 내기를 해 홈플레이트에 있는 동전을 맞힐 정도였다. 게다가 연투능력이 뛰어나 아무리 써도 지치지 않는 ‘고무팔’이란 별명을 얻었다.
조계현은 변화구의 마술사. 다이내믹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변화무쌍한 구질로 타자들을 손안에 갖고 놀았다. 그가 던질 줄 아는 구질만도 무려 7, 8가지.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피칭능력을 갖춘 투수라도 나이는 속일 수 없는 법. 혈기왕성한 20대와는 경쟁이 되질 않는다.
31일 프로야구에서 이상군은 대전 롯데전을 은퇴경기로 삼았다. 96년 은퇴했다가 개인통산 100승에 대한 욕심과 팀 사정으로 99년 다시 컴백한 이상군은 복귀 뒤 6승을 더 보태고 통산 100승77패 평균자책 3.30이란 기록을 남겼다.
한 타자만 상대하기로 하고 선발로 나선 이상군은 롯데 톱타자 김민재에게 좌월 2루타를 허용한 뒤 송진우에게 마운드를 물려주고 날개를 접었다.
두산 조계현은 잠실 삼성전 선발로 나섬으로써 개인통산 250경기 선발출전 기록을 채웠다. 삼성 이강철(263경기)에 이어 개인통산 2위. 37세의 나이에 아직도 선발투수로 나설 수 있다는 자체가 큰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조계현은 3과 3분의 2이닝 동안 5안타 3볼넷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지난해 재기의 가능성을 보였지만 올 시즌은 1승1패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조계현을 조기 강판시킨 삼성은 선발 김진웅이 두산 타선을 9이닝 동안 6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6-0 완봉승을 거뒀다.
LG는 광주 해태와의 연속경기 1차전에서 3홈런을 포함해 10안타를 몰아치며 10-6으로 이겼다. 중간계투로 나선 김혁섭은 데뷔 7년 만에 행운의 첫 승을 따냈고 LG 마운드의 ‘수호신’으로 떠오르고 있는 신윤호는 2와 3분의 2이닝을 3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7경기 연속 구원에 성공했다.
<장환수·김상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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