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수 아들 병역비리 파문 확산]상부보고 했나 안했나

안동수(安東洙) 전 법무장관을 수사했던 조모 검사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해온 사실이 확인되면서 민정수석실 내부의 ‘보고’ 여부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그 핵심은 조 검사가 언제 안 전장관의 혐의사실을 기억해 냈는지, 언제 이 사실을 위에 보고했는지, 그렇다면 누가 인사검증 부실의 책임을 져야 하는지로 나눌 수 있다.

법조계 인사들은 “어떤 경우든 병역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이 장관에 임명되도록 방치된 것은 큰 문제”라며 “청와대의 ‘납득할 만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언제 기억해냈나〓안 전장관의 병역비리 혐의가 지난달 25일 오후 처음 보도되고 나서야 조 검사가 기억을 해냈다는 것이 청와대의 주장. 청와대 관계자는 “조 검사가 ‘사건 초기에 수사를 맡은 것은 사실이나 인사발령으로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보도되기 전에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의문이 생긴다. 조 검사가 수사한 99년 말 당시 안 전장관은 장관은 아니었으나 원로 변호사였고 여당의 지구당위원장이었다. 조 검사는 그런 안 전장관의 부인을 직접 소환해 조사까지 했다.

▽언제 보고했나〓안 전장관의 임명사실이 공개된 것은 지난달 21일 오전 9시반이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임명장을 수여한 것은 오후 3시. 조 검사는 민정수석실 행정관이므로 늦어도 오전 9시경에는 임명 사실을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

일선 검사들은 “상식적으로 조 검사가 임명과 함께 병역비리 혐의사실을 인식했다면 즉시 상부에 보고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같은 추론은 안 전장관에게 임명장이 수여되기 전에 청와대 내부의 인사검증은 가능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정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조 검사는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사정비서관실이 아닌 민정비서관실 소속이어서 인사검증의 계선 라인에서 벗어나 있었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